Posted on 2012. 03. 27.
소문난 선거잔치, 그 나물에 그 밥
여야의 4.11 총선 대진표가 확정되고 본격 선거전에 들어갔다. 여야가 몇 달 전부터 새 인물을 영입한답시고 외부인을 앉혀 놓고 공천심사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새로운 인물을 널리 모집한다더니 결국 공천자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정치를 하던 사람들이나 정치권을 맴돌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단절하기 위함인지 슬쩍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꿔 탈색하더니 부산에 손수조라는 27세의 여성을 민주당의 잠재적 대권 후보인 문재인 후보 지역에 전략 공천해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손수조라는 당찬 새 인물에 대한 궁금증으로 초반의 깜짝 인기는 갈수록 여론의 혹독한 검증으로 새로운 것이 없다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새누리당은 손 후보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고 까지 전해진다.
그래도 손수조 후보는 당락을 떠나 성공한 케이스다.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선대위원장을 빼고 그래도 가장 언론의 관심을 받는 후보가 손수조 후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거물을 공천해서 문재인 후보를 못 꺾으면 정치적으로 부담되겠지만 손수조 후보의 경우 이미 거물이 돼버린 문재인 후보에게 패한다 해도 그리 손해보는 장사가 아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통합민주당의 사정은 더 딱하다. 그나마 새 인물이라고 내놓을 만한 후보가 딱히 안 보인다. 물론 선거전은 일단 이겨야 하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우선이겠지만 민주당도 이미 정치할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인 신경민 전 MBC앵커 정도나 새 인물로 분류될 정도다.
그래도 현역의원이 몇% 경질됐다고 서로 자랑이다. 이번에 낙천된 사람들도 다음번엔 시민단체나 지방자치 단체장 혹은 전문분야에 몸담고 있다가 4년 후면 또 새로운 인물이 될 것인데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인데도 말이다.
정치가 X판이니 안철수니 손석희니 기타 등등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은 당선 확실한 지역구나 전국구 앞자리도 사양했다고 한다. 국회의원 한번 하면 결국 그 들도 다음번엔 교체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도 하고, 굳이 국회의원을 하지 않더라도 국민여론에 대한 영향력이 국회의원 못지않은데 현직을 그만두고 그 험한 판에 가서 때 묻을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그런 사람들 모두 정치판에 가버리면 바른 소리 할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민은 이번에도 또 속았다. 하긴 늘 속아서 속고 있는 것 자체도 모를 수 있고, 다 알면서도 어차피 그들의 쇼를 봐주며 같이 낄낄대야 속병나지 않고 편히 사는 길이라는 것을 이미 터득해서 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국회의원 하나 둘 더 있다고 정당정치가 발전하고 나라가 잘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차라리 주변에 가까운 사람이 국회의원 되면 혹시 모를 위험에 처할 때 부탁이라도 할 수 있으니 그래도 이름이나 들어본 이웃사람, 같은 말을 쓰는 고향사람, 잘 알지는 못해도 그저 학교동문, 혹은 주변에서 “저 사람이 되어야 지역이 발전돼!”라고 부추기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투표장으로 향한다.
그러니 정치하는 사람들 참 정치하기 쉽다. 꽤 괜찮다고 소문난 외부인들 불러 자기가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하면서 주변사람들 공천하기도 쉽고 잘라내기도 쉽다. 비례대표들 후보도 각계에서 모은 것처럼 하면서 자기들끼리 나눠 먹어도 “에이! 그 나물에 그 밥이네” 하는 몇 마디 듣고 선거만 지나가면 끝이니 하는 말이다.
아무튼 그 나물에 그 밥일지라도 그래도 잘 익은 밥, 좋은 나물이 들어 있는 밥상을 골라야 하는 것이 우리국민의 의무가 권리다. 이것저것 먹다보면 좋은 음식상을 언젠가는 받아보겠지 뭐... 늙어서 죽은 후 일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