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04. 10.
똘망똘망하던 초등학생이 초식학생으로..
얼마 전, 매우 당황스러운 기사를 접했다.
"선생님, 무슨 색으로 칠해요?"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고학년생이 교사에게 한 질문이다. 미술시간에 8절 도화지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도록 했더니, 학생 몇 명이 그림을 어떤 색으로 칠해야 할지 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당황스러운 질문에 교사는 원하는 색으로 칠해도 된다고 말했지만, 학생들은 자신이 고른 색이 괜찮은지 끊임없이 확인받으려 했다는 것.
24시간 부모의 관리를 받으며 수동적으로 움직이게 되다 보니 색을 칠하는 것조차 자기 의지대로 하지 못하게 될 정도로 아이들이 망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누군가가 자신이 할 일을 정해주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초등학생들을 일컫는 ‘초식학생’ 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이는 다른 사람이 할일을 정해주지 않으면 학습 뿐 아니라 생활에도 큰 어려움을 겪는 아이를 칭하는 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물함 정리를 시켰더니, 국어책을 밑에 놓을지 수학책을 밑에 놓아야 할지 질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초등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초등학생이 원하는 장래희망 위가 ‘공무원’이라고 한다. 물론 공무원 또한 좋은 직업임이 틀림없지만, 십여년 전, 기자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 만 해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물으면 90% 이상이 ‘대통령’, ‘과학자’, ‘의사’ 등 원대한 포부를 자랑하곤 했다. 하지만 사회에 발돋움조차 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벌써부터 안정적인 직업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니 씁쓸할 뿐이다.
초등학생이 벌써 취업난을 걱정하는 것일지, 아니면 안정적인 직장을 추구하라는 부모의 의지가 반영이 된 것인지는 모르나 큰 꿈을 가지고 창의성 풍부하던 똘망똘망한 초등학생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것 같아 안타깝다.
부모들의 과잉보호가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 청소년은 우리나라의 미래다. 물론 연륜과 경험을 통해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부모의 도리지만, 뭐든 과도한 것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스스로 정해 노력하는 ‘능동적’인 학생이 되어야 하는데,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그대로 움직이는 ‘수동적’인 아이들을 볼 때면 그들이 과연 부모가 원하는 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부모들의 장난감처럼 변해버린 그 아이들은 언젠가 지쳐 쓰러지고 말 것이다. 혹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해도, 대학에 입학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아직까지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의존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기술이 많이 발전했고 그에 따라 교육환경이 좋아졌다. 학생들이 공부 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은 이제 완벽하게 갖추어졌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들 차례다. 때로 우리나라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보면 발전된 기술과 달리 구시대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수동성’대신 ‘능동성’, ‘창의성’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