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05. 08.
不法(불법)과 도덕불감증
온 나라가 不法(불법) 천지다. 대통령의 최 측근들이 검은돈을 받아 줄줄이 구속되고 저축은행을 경영하던 어떤 몰지각한자는 고객 돈 수백억을 빼돌려 밀항하려다 적발됐다.
도덕성을 무기로 조직원간의 신뢰를 자랑하던 통합진보당은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건으로 인해 당내 계파간의 이해다툼과 여론의 뭇매에 당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대통령 측근들의 감옥행이야 수년간 반복되는 연례행사처럼 되어 있으니 뭐 그리 놀랄 일도 아니고, 불법과 탈법을 안 하면 되는 일이 없는 사회풍토에서 그래도 기종 정치인보다는 조금 낳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이백만 표나 준 유권자들이 가질 상실감이 꽤 클 것으로 보인다.
걸리면 재수 없는 일이고 안 걸리면 권력도 생기고 부자가 되는데 까짓 도덕성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지나치게 부정적인 사건의 연속에 얘들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뉴스보기가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왜 많은 돈이 필요할까? 돈을 벌려고 권력을 쥐려하는 것일까 권력을 쥐려고 돈이 필요한 걸까? 왜 안 되는 일도 돈을 주면 일이 수월하게 풀리고 돈을 안 주면 하던 일도 틀어질까?
마치 돈의 노예처럼 검은돈을 쫒아 다닐 것이 아니라 차라리 사업을 해서 정당한 돈을 벌면 안 되는 것일까? 물론 그런 사람들이야 정당하게 하면 돈 벌이가 안 된다는 생각에서 그러겠지만 반복되는 불법과 부정에 이런 저런 궁금증과 여러 생각이 교차해서 해보는 넋두리다.
그래도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소수에 불과하니 다행이다. 잘 배우고 머리좋은 사람들이 국민다수가 아니라 다행이다. 국회의원 숫자가 300명이라 다행이고 임기가 정해져 있어 더욱 다행이다. 대통령 후보가 10여명에 불과해서 다행이고 그들을 따라다니며 한방을 노리는 소인배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아 다행이다. 대통령 측근이 수백명일 텐데 몇 명만 잡혀가니 다행이고 저축은행이 백여 개가 넘을 텐데 몇 개만 퇴출되어 다행이고 그중 소수 몇몇 경영자의 부정만 밝혀지니 또한 다행이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의 부정경선이 안보여 다행이고 통합진보당의 실상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신문방송에 연일 뉴스거리가 넘쳐 다행이고 이걸 보면서도 화내지 않는 착한 국민이 있어 다행이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이 일년 열두달 중 오월 한 달이라도 가족과 이웃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해서 써본 말이다. 주변 사람이 잡혀가거나 회사가 부정한 일에 휘말려 부도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어이쿠! 큰일 날 뻔 했다. 나는 살았으니 다행이다” 고 한숨을 쉴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마음 고쳐먹고 가족의 얼굴을 떠올려 보라.
“다행이다”도 한두번이다. 부정행위는 결국 밝혀진다. 다 사람이 관여되어 있기 때문이고 그런 사람들의 입은 대개가 가볍기 때문에 급하면 말하게 되어 있다. 사람이니 돈과 권력 욕심 안 낼 수 없고 죄를 안 지을 수는 없겠지만 양심은 가지고 살아야 한다. 돈 문제는 그렇다하더라도 그나마 도덕성마저 상실한다면 너무 삭막한 세상 아닌가? 오월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