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05. 22.
명동, 제 모습 찾아야
‘곤니치와,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명동에 가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K-POP과 한국 드라마 등의 한류 여파로 인해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늘고 있다. 해외 관광괙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인 곳은 다름아닌 ‘명동’. 특히 최근 들어 명동에 위치한 저가의 화장품 매장들은 중국인과 일본인 등 해외 관광객들의 쇼핑 천국으로 불리며 호황을 이루고 있다. 명동에만 매장 6개를 운영하고 있는 한 화장품 가게에 따르면, 외국인 고객의 비중이 전체 방문객의 약 70-80%를 차지한다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한번에 수십 만원 상당의 화장품을 대량으로 사가며 가게의 매출을 크게 올리고 있기 때문에 명동 내 매장들은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 중심의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중심이 되가는 명동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한국 대표 관광지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유명관광지 답게 외국인 관광객 중심의 마케팅을 벌이는 것은 좋으나, 때로 명동이 우리나라의 모습을 잃어가는 것 같다. 일본어로 쓰인 간판, 중국어 메뉴판 등 명동에 가면 한글 대신 외국어로 가득한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상품을 홍보하는 점원 등, 마치 한국인이 외국에 있는것 같은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어 대신 7-80%를 외국어로 간판, 메뉴 등을 만들어 외국인 소비자의 편리함을 충족시키겠다는 의도는 이해하나 그 정도가 점점 과해지는 것 같다.
또한, 잠재적 소비자라고 생각되는 외국인에게는 친절하게 대해주는 반면, 내국인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 등 내국인 고객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명동 화장품가게를 조사한 결과, 대다수의 매장이 가격표시제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위반 업소들은 상품들 중 대표적인 가격만 표시하거나 아예 표시하지 않는 등,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외국인을 상대로 바가지 요금을 씌우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과도한 호객행위로 인해 보는 사람의 눈쌀을 찌푸리는 경우도 있다.
관광 중심지로서 진정한 한류를 알리고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줘야 하지만, 도리어 관광객들을 매출에 이용하며 터무늬없는 가격을 책정해 상품을 팔고, 관광지의 근본이 되어야 하는 내국인을 등한시하고 있는, 변해버린 명동의 모습이 낯설다.
진정한 한류의 의미란 무엇일까. 한류를 미끼삼아 매출을 늘려 경제적 이득을 보는 것일까. 만약 그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받지 못한다면 그들이 한국을 다시 찾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할 것이다. 한류를 체험하기 위해 한국에 왔는데 한국어가 아닌 자신의 모국어로 다가오며 상품을 사가라며 과도한 호객행위를 하는 한국인들. 하지만 정작 한국인끼리는 쌀쌀맞아 보이는 한국인들. 그들이 이런 모습만을 본다면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변할지는 안봐도 뻔하다.
무작정 상품을 팔겠다는 목적이 아닌, 우리가 먼저 우리것을 자랑스러워 하며 한국의 미를 알리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할 것 같다. ‘곤니치와’보다는 따뜻한 ‘안녕하세요’한마디가 관광객들을 한국으로 다시 이끌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