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06. 04.
장애인 시설 도입 서둘러야 한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리며 은행들은 사회적 약자 보호를 전면에 내걸고 장애인 편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한국은행과 17개 은행으로 이뤄진 금융정보화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 ATM설치 표준안을 만들고 부스 크기, 기계 조작부 높이를 표준화했지만, 그닥 눈에 띌 만한 결과물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발표만 요란하게 했을 뿐 실질적인 결과는 없고 은행시설 사용에 불편을 갖고 있는 장애인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비단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은행시설 뿐 아니라 버스,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 등 중요수단에서도 많은 장애인이 불편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도중, 매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버스를 타고 약속시간에 가려 했지만, 예정시간이 몇 분이 지나도록 버스가 오지 않는 것이었다. 십여분 뒤 버스가 왔고, 지체의 이유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몇 정거장 가지 않아 휠체어를 탄 또다른 장애인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놀랍게도 장애인이 있는 정류장에 정차하자, 버스의 문 바닥에서 휠체어가 버스에 쉽게 탈 수 있도록 버스와 인도를 이어주는 판이 내려왔다. 더욱 놀랐던 점은, 휠체어를 탄 사람이 올라오자 버스기사와 승객들이 일어나 그의 자리를 마련하해주기 위해 의자를 올리거나 자리를 양보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시간이 계속 지체되어 짜증이 난다는 표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놀랐고 십여분 늦어져 투덜된 내모습이 창피했다.
우리나라도 몇년 전 부터 저상버스를 도입해 운행되고 있다. 저상버스란,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채 다른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오를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 대신 경사판이 설치된 버스를 말한다. 하지만 이 거창한 설명과는 달리, 서울에 살며 장애인이 버스를 타는 모습을 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장애인이 저상버스를 잘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 저상버스와 일반버스가 섞여 운행되고 있고, 설령 장애인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를 태우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거장에서 몇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소수의 장애인으로 인해 다수 일반인이 불편을 겪는다는 생각에 그들을 안좋은 시선으로 보곤 한다. 그들이 원해서 장애를 가진것 도 아니고 비장애인도 언제 어느사고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것이거늘 소수라고 해서 그 인권을 무시한다는건 불합리하다 생각한다.
또한, 역으로 생각해보면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시설로 인해 더 많은 이득을 보는 것은 비장애인이라 생각한다. 한 높은 건물에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엘리베이터가 마련되었다고하자. 하지만 엘리베이터의 이용자는 장애인 뿐 아니라 일반 사람도 포함되어 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두가 편리해진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사람들의 시선변화와 더불어 실질적인 시설도입이 시급한 것 같다. 말만 그럴싸하게 ‘몇년안에 장애인을 위한 특별 시설을 마련하겠다’는 실질적 결과를 낳기도 힘들 뿐더러 천정부지의 비용과 시간이 들어 오히려 경제적으로 낭비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효과 없이 말만 그럴싸한 대책 대신, 하루라도 빨리 모두가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은행의 경우에도 과도한 비용의 새로운 기계마련이 아닌, 기존 ATM도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보조기구를 마련해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에게 득이 되는 방안으로 해결을 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