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06. 04.
‘변절자’ 와 ‘전향자’
변절은 절개나 지조를 지키지 않고 바꾼다는 뜻으로 배신자와 비슷하지만 배신은 조폭사회나 일반 시민사이에서 주로 쓰이고 변절은 지식인 특히 사상이나 이념을 바꾸는 사람들을 칭할 때 주로 사용하는 말이다.
전향은 종래의 사상이나 이념을 바꿔 그와 배치되는 쪽과 뜻을 같이할 때 쓰는 말로 주로 우리나라 같이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나라에서 학생운동을 하다가 감옥에서 풀려 날 때 전향서를 한 장씩 쓰고 나오는 것도 포함된다.
해방 전후 좌익과 우익이 대립하다가 국론이 분열되어 6.25 남침전쟁으로 나라가 망해가다가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의 도움으로 겨우 존립을 유지하던 시절에는 일부지식인들이 자주세력을 주창하는 북한 김일성 주체사상에 조금은 매료될 수도 있었다지만, 2000년을 훨씬 넘겨 김일성도 사망하고 그를 승계한 그 아들 김정일마저 세상을 뜬 지금에도 김일성 일가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있다는 것에 우선 놀랍다.
북한은 우선 조선시대나 있을 법한 3대 세습과, 먹고살기 힘들어 탈북을 하는 숫자가 부지기수로 늘어가고 있으며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는 이미 세계가 관심을 가지는 주요 이슈가 되었고, 북핵문제로 인해 거의 고립 상태가 되어가는 실패한 공산민주주의 체제다.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은 북한에서 고위직을 지낸 사람들이 아니라 그야말로 추위와 굶주림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이념이나 사상 따위와는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살기위해 목숨 걸고 도망 나온 주민들이 다수다.
탈북자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중국 당국에 의해 북한으로 보내져 온갖 핍박을 받는 것은 이미 보도를 통해 알고 있다. 다행이 탈북에 성공해 우리 대한민국에 정착한 상당수 탈북자들은 새로운 삶을 살면서 대학에도 진학해서 북한의 실상을 알기기도 하고 평화통일을 위해 일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 임수경 국회의원이 탈북자 출신 대학생에게 ‘변절자’라고 말하면서 온갖 폭언을 퍼부어 세간이 시끄럽다. 그 대학생이 무슨 변절을 했는지, 북한 주민의 인권을 걱정하는 사람을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는데 과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싶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공무원 신분인 임수경 국회의원에게 “당신의 진짜 신분이 뭐냐”고 묻고 싶다.
북한을 찬양하고 김일성 부자의 사상과 이념을 따르며 감옥에서 전향하지 않는 사람들은 실체가 분명하니 경계라도 한다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을 ‘변절자’라고 몰아붙이는 말을 하는 사람의 정체가 궁금하다.
지금 이 나라를 이끄는 4~50대의 상당한 수가 학생운동하다 출세가 늦은 친구들에게 진 빚을 갚는 심정으로 웬만한 일은 눈감아주고, 선거 때 표도 찍어주며 그들의 늦은 출세를 격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임수경의원의 돌출 발언은 통합진보당 일부에서 일고 있는 종북문제와는 비교가 안 될 중대한 사안으로 그냥 넘겨선 안 된다. 다가올 대선에서 어쩌면 집권 가능성이 있는 정당의 비례대표가 무심코 한 말이라고 보기에는 그 내용이 너무 적나라하고 그런 세력들이 포진한 세력에게 나라를 맡기기엔 5년 세월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대학생 시절 반정부 활동 할 때와 지금은 확연히 다르다. 임의원이 대학생 시정 김일성을 ‘아버지’라고 불렀을 때는 통일을 바라는 젊은이의 순수한 행동으로 보여 큰 걱정 안했다. 그러나 22년이 지난 현재 임의원의 신분은 통합민주당의 비례대표 국희의원이고 그를 추천한 사람은 다름 아닌 당시의 당대표와 사무총장이었다는 점이 어쩌면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에 민주당의 분명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국회가 저모양이면 앞으로 4년 세월 어떻게 견디고 지켜볼까가 더 걱정이다. 국민의 세비를 받는 사람들이 변절자든 전향자든, 종북이든 친북이든 국민의 표로 당선됐으니 할말은 없지만 참 찜찜한 국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