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06. 26.
세비반납과 대가없는 돈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세비 14억여 원을 반납했다. 지난 5월 29일 임기가 시작했는데 6월 26일 현재 아직 개원도 못했으니 ‘무노동 무임금’을 솔선수범한 것으로 착각되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세비란 국회의원의 직무활동과 품위유지를 위해 받는 일종의 녹봉이다. 국회의원들이야 다른 직업을 겸직하거나 벌어둔 돈이 있으니 까짓 일인당 천만원정도야 안 받는다고 해도 살림에 그리 걱정 없겠지만 마땅히 받아야 할 세비를 받고 주어진 일을 행해야 하는 공직자들이 “니들이 주는 돈 반납 했으니 일 안한다고 비난하지 말라”는 일종의 시위로 보여 더욱 짜증난다.
부산의 모 교육감은 옷 로비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본인은 대가성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비싼 옷을 고위공직자에게 그냥 선물하는 예는 古今(고금)에 없으며 그것도 업무와 연관이 있는 유치원 원장에게 받았다고 하니 대가성이 없다고 계속 우기기엔 아무리 봐도 억지로 들린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더욱이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공직자에게 주는 돈이나 선물 뒤에는 반드시 뭔가를 기대한다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번 부산의 교육감뿐이 아니다. 공직자들은 일단 문제가 생기면 대가없는 돈이라고 발뺌한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대답은 간단하다. 공직자들도 누군가에게 돈이나 선물을 할 것이다. 감사의 인사도 있겠지만 거기엔 분명 무슨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지금 세상에 대가 없는 돈이라면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돈이나 그 자식이 성장해서 부모에게 주는 용돈 정도나 있을까, 일반인들이 대가없이 공직자를 존경해서 돈이나 선물을 준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아무튼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반납하는 일은 잘못한 일이다. 국민이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혹시 그들이 세비를 반납하면서 뒤에서는 대가없는 돈을 받고 있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국회 개원을 준비해 보좌진을 구성하고 양당 협상을 지켜보며 4년을 준비하는 것도 국회의원들의 중요한 일이다. 국회의원은 정시출근해서 퇴근하는 일반직 공무원도 아닌데 굳이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것에 그래서 동의 할 수 없다. 그래도 약간의 양심을 보이긴 했다는 평가도 있겠지만 우리 국민은 세비를 반납하지 말고 차라리 임기를 단축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이제 곧 양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과 대선이 치러지면 국회의원들도 총동원되어 선거전이 치러질 텐데 그때도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 세비를 반납할 것인가를 묻고 싶다.
하긴 그때가 되면 사방에서 그들이 주장하는 대가없는 돈들이 몰릴 터인데 그깟 세비 몇 푼이야 안중에도 없겠지만 국민을 얕잡아보면 큰코다친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민이 주는 세비에는 분명히 대가가 있다. 그저 권력을 창출해 한자리 해보려는 수작보다는 권력과 주변을 감시하고, 대가성 없는 큰 돈 들어올 일 어디 없나를 궁리하기보다는 방만한 국가재정이 제대로 쓰이는지 점검하고, 제 살길 챙기기보다는 살기 팍팍한 국민을 위한 민생법안 하나라도 연구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이 주는 세비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대가 없는 돈도 경우에 따라 큰 대가를 치른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선출직 공직자들과 그 주변 사람들이 꼭 새겨야할 말이다. 세상은 의외로 좁고 비밀은 점점 없어지는 세상이다. 국민이 주는 세비는 다른 돈과 달리 분명 대가있는 돈이다. 그러니 대가를 못치를 바엔 차라리 옷을 벗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