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07. 10.
술에 취한 세상
술은 마시면 취한다. 각자의 주량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아무리 술을 잘 마시는 사람도 결국 술을 이기지 못한다.
이 술이라는 것이 적당히만 마시면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온몸에 흥이 돋아 노래도 부르고 평소 하지 못했던 말들도 술의 힘을 빌려 술술 잘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술이 과하면 기억을 잃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필름이 끊어져 자기가 술에 취해 한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술은 잘 배워야 한다. 술을 잘못 배우면 필름이 자주 끊기게 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술의 노예가 되어 술만 마시면 인사불성이 되고 술버릇이 도지는 것이다.
최근 경찰이 주취폭력에 강력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r술에 취해 상습적으로 파출소에 난입해 행패부리는 사람들에게 철퇴를 가하고 있어 다행이고, 그동안에는 실수를 하더라도 “술에 취해서 그랬으니 선처해 달라”고 하던 얘기가 쑥 들어가게 생겼으니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 긴장 좀 해야 될 성 싶다.
흔히 술에 취하면 개가 된다고 한다. 개가 말을 못하는 짐승이기 때문에 망정이지 개들에 대한 모욕적인 말이다. 개는 사실 우리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며 집도 지키고 때로는 주인의 목숨을 살리기도 하고 마치 한 식구처럼 지내는 반려 동물이기도 하다. 이런 착한 개에게 술에 취하면 개가 된다니 이 말은 개에 대한 큰 모욕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술에 취한 사람들은 걸음을 제대로 못 걸어 네발로 기어가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듯싶지만 아무튼 이번 경찰의 주취폭력 단속으로 조금은 술 문화가 개선될 기미가 보인다.
그나마 술이라도 취해 하는 행동은 이해라도 간다. 술도 안마시고 멀쩡한 사람들이 술에 취한 사람보다 못한 행동을 한다면 이건 큰 문제다. 어느 일본인이 백주대낮에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을 박았다고 하고 그에 분개한 사람이 일본대사관에 트럭을 몰고 질주했다고 한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일본인이 자기네 나라도 아니고 한국에 들어와 소녀상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팻말을 박고 있는데도 우리 대한민국 경찰이나 시민들이 바라보고만 있었다니 이해가 안 간다.
며칠 전에는 미군 헌병대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민간인을 거리에서 수갑을 채운 채 미군부대 앞까지 끌고 가는 사건도 일어났다.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 시내 한복판에서 일본을 비난하는 말뚝을 박는다면 일본 국민은 어떻게 행동할까? 미국에서 한국사람이 미국인을 때리고 위협한다면 이를 보는 미국인들은 어떻게 행동했을지 눈에 선하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어도 그저 술 취한 사람 바라보듯 하는 행태가 부끄럽다. 술에 취하면 갈지자를 걷거나 정신이 몽롱해 이성을 잃는다. 지금 우리 정치권과 정부는 혹시 술에 취해 있는 것 아닌지 염려된다. 개는 낯선 사람을 보면 짖어 대며 위험을 주인에게 알린다. 자기 주인을 보고 짖거나 무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따라서 주인을 몰라보고 짖는 개는 똥개라고 불리면서 식용으로 둔갑하기도 하는 것이다.
술이 적당하면 정신건강과 스트레스 해소에 그만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어쩌면 상당이 술에 절어 있다. 자기는 멀쩡하게 걸어가는 것 같은데 주변에서 보면 영락없이 술에 취했다. 자기만 술 취한 것을 모르고 습관적으로 행동한다. 그리고 술에 취해서 한일이니 용서해달라고 하기도 하고 “왜 나만 가지고 그러냐!”며 항변하기도 한다.
이제 곧 대선이고 이기는 쪽은 축배를 마실 것이다. 그 축배가 적당하면 좋으련만 지나치면 영락없이 갈지자다.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면 조금씩이라도 바뀌어야 하는데 줄곧 같은 일들을 반복한다. 그게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다.
제발 술 마시고 나랏일 하지 말고 맑은 정신에 한번 해보라. 술을 적당히 마시듯 권력과 돈도 적당이 취하면 술 좀 먹는다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없을 테고 실수해서 감옥도 가지 않으련만 결국 술의 유혹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행태가 반복이라니 술을 없애 버릴 수도 없고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