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07. 17.
특권과 신 연좌제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저축은행과 관련된 돈을 수수해 구속되고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이 전의원과 공모한 죄로 수사를 받았으나 정 의원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구속을 면하게 됐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란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회기 중에는 국회 등원을 보장하는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특권 중 하나다. 정두언의원의 국회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즉각 사퇴의사를 표명했고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박근혜 사당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권이란 무엇인가? 특권은 특별한 권력이 아니라 특별한 권리를 의미한다.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을 주는 것은 의회의 독립과 자율을 보장하고, 집행부의 부당한 탄압을 배제하며, 전체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직무수행을 보장함에 그 제도적 의의가 있다.
이번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은 경우는 그래서 좀 특이해 보인다. 정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직무수행을 하다가 실수를 한 것도 아니고 야당의원으로서 권력에 밉보여 집행부의 탄압을 받는 경우도 아닌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물론 정 의원이 현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이상득 전의원과 그 주변의 횡포를 알고 이를 막기 위해 쇄신을 주도하기도 했다지만 저축은행의 돈을 수수하거나 대선자금 혹은 불법으로 당선 축하금을 수수했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중대 범죄행위다. 따라서 정 의원은 대통령의 측근을 비판하며 쇄신을 주장했듯 스스로 검찰에 출두하고 죄가 있다면 벌을 받고 사죄하는 것이 평소 그가 말했던 쇄신이고 그를 아끼는 사람들에 대한 도리다.
저축은행 사태는 서민들의 피 같은 돈을 마치 사금고 쓰듯 하는 자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이를 묵과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것은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악덕 사채업자와 다를 바 없는 행위다.
아무튼 저축은행 사건으로 박근혜 후보의 리더십도 큰 상처를 입었다. 본의 아니게 정두언 의원을 보호하는 격이 되어버렸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새로 뽑힌 지 얼마 안 되는 이한구 대표의 사표와 반려 등 일련의 사태가 마치 박 후보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해석되어 박근혜 私黨(사당)이라는 말도 나오는 것이다.
박 후보는 그간 독재자의 딸이라며 공격을 받았다.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이해가 안 간다. 박 후보가 아버지 후광으로 국회의원이나 당대표가 된 것이 아님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누구누구 자식으로 과거에 무엇을 했느냐가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당선 후 행적 등 공직자로서 자격을 따져야 할 일인데 툭하면 독재자의 딸이니 하면서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박정희를 건드려야 대선전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착각에서 오는 잘못이다.
지금 우리가 이정도 사는 것은 누구의 자식으로 산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이름으로 죽기 살기로 살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아버지가 있다. 우리는 한때 아버지의 과오로 인해 공직에 진출하지 못하는 시절도 있었다. 바로 연좌제라는 슬픈 역사다.
역사는 과거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여는 현재이기도 하다. 박정희 시대를 불행한 역사로 보는 사람도 있고 민족중흥의 시대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어쩌면 그것이 진보와 보수로 나뉘는 線(선)일 수도 있지만 2012년 현재의 대한민국은 지나간 역사보다는 현재의 부패권력을 끊을 수 있는 새로운 권력이 나와야 하는 중대한 시점이라는 것을 여야 모두 공감해야 한다.
공당의 대통령 후보라면 특별한 권리를 준 국민을 뒤로하고 특별한 권력을 쥔 것으로 착각해 못된 짓 하는 것을 멈출 방법을 찾고 각자의 정책과 신념으로 대통령선거를 치러야지, 남의 아버지를 긁어대어 끌어내리려는 신 연좌제는 그만 두어야 한다.
특별한 사람들인 줄 알았더니 상대가 좀 앞선다고 해야 할 말 안 해야 할 말도 구분 못하는 후보들이라니... 이러다가 누가 되도 또 그 모양일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