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08. 07.
에스컬레이터, 두 줄서기 vs 한 줄서기
‘한줄서기 그만! 에스컬레이터 한줄서기는 안전사고의 주요원인으로 잘못 정착된 문화입니다’
2008년부터 지하철에서 흔히볼수있는 문구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에스컬레이터 두줄 서기를 실천하는 승객은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도시철도공사와 한국 승강기안전관리원이 2007년 9월부터 에스컬레이터에서 두 줄서기 캠페인을 벌인지 벌써 5년이 넘었다. 올해만 해도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지난 23일부터 오는 8월 31일까지 주 2회씩 두줄서기 홍보행사를 열고 있다. 이렇게 몇년 째 에스컬레이터 두줄서기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지만 왜 시민들은 여전히 한줄서기를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시민들의 혼란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두 줄서기’ 캠페인을 벌이기 전에는 ‘한 줄서기’의 효율성에 대해 강조하며 한줄서기 운동을 지속해서 벌였기 때문이다. 더 빨리 움직이고자 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왼쪽은 비워두고 오른쪽에 서는 ‘한줄 서기 운동’이 일기 시작해 많은 사람들은 이미 이에 익숙해져있다. 오랜시간 적응해 왔기에 한 줄서기가 더 익숙한 것이 당연하지만, 승강기 사고 등 이러저러한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난 뒤로부터는 다시 두줄서기 운동을 강요하고 있으니 시민들로서는 혼란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두줄서기를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음에도 시민들이 한줄서기를 계속하는 데에는 ‘혼란’ 외의 이유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한 줄서기를 시행하며 이것이 두 줄서기보다 효율적이다는 것을 모두가 알았기에 모두가 이에 금방 적응했다. 특히나 시민들이 지하철을 가장많이 이용하는 출퇴근 시간대에 한줄서기가 없었더라면 모든 사람 효율적으로 역을 빠른 시간안에 빠져나오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수년에 걸쳐 많은 사람들의 경험에 의해 ‘한줄서기’가 이미 효율적이고 유용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면 굳이 이를 바꿀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두줄 서기’로 인해 잔고장이 늘었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된다. 과거에 비해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이에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승객수가 늘어난 것은 당연하다. 이로 인해 기계가 노후화되고 그에 따라 관리비용 또한 천정부지로 늘게 된 것 또한 어찌보면 뻔한 결과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고장이 한줄서기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고 떠넘기기엔 너무 억지가 아닌가 싶다. 이용객의 수와 사용환경이 변했다면 그에 맞게 에스컬레이터 또한 업그레이드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더불어 사고 급증 등 장애원인을 찾아 개선하고,정기적인 검진이 잇따라야 할 것이다.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줄서기를 함으로 인해 사고발생율이 높아진다면 왜 아직 영국, 싱가포르 등 선진국에서는 한줄서기를 시행하고 있을까.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지하철 유동인구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음에도 일본에서는 한줄서기를 시행하고 있다. 무작정 불편을 감수하고 두 줄서기를 시행한다고 해서 에스컬레이터 사고발생률이 현저히 낮아질거라는 보장은 없다. 효율적이지도 못하고 완벽한 안정성을 보장해주지도 못하는 두줄서기. 두마리의 토끼를 잡기는 커녕 시민들의 편리함 조차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기에 아직 시민들이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가끔 주변사람들의 몸을 툭툭 치며 걸어올라가는 사람들로 인해 사람들의 눈총을 살 때도 있지만 이는 ‘두줄서기 규칙위반’에서 오는 불쾌감이 아닌 ‘매너’의 문제라 생각된다. 또한, 급하면 계단을 이용하면 된다지만, 계단없이 에스컬레이터로만 되어있는 출구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에스컬레이터의 고장이 원인이 한줄서기라면, 한줄 에스컬레이터를 보급해 늘리는 방법도 있을 터인데 모든것이 무작정 시민들이 두줄서기를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은 책임전가에 불가하다고 본다.
일분 일초가 아쉬운 현대인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탁상공론으로 인해 많은 시민들의 불편만 초래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예상되는 결과와 문제점 미리 파악하지 못해 시민들만 어찌할 줄 몰라하고 있다. 보다 현실성있고 구체적인 대안으로 모두가 안전하게 승강기를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