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08. 28.
민주통합당의 위기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이 위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정도 죽을 쑤고 있으면 이번 12월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는 사실 땅 집고 헤엄치기 정도일터인데 상대당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의 격차는 도무지 좁혀지지 않고 경선은 흥행은 커녕 보이콧 잡음과 원내대표와 관련된 공천 헌금 문제, 거기다 태풍까지 몰려와 판을 깨고 있으니 그야말로 위기라 아니할 수 없다.
정당의 최종목표는 정권 쟁취다. 그래야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치이념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당은 여당이 정권을 잡은 여당을 공격해 국민에게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집권 가능성을 제시, 다음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지난 2007년 노무현대통령(이하 존칭 생략)이 만든 열린우리당은 대선에서 호남 출신 정동영을 내세웠으나 500만표 이상의 참패를 경험한바 있다. 대선 참패 후 다시 민주당의 명맥을 잇겠다는 각오로 민주당을 창당해 국회의원 총선에서 간신히 체면유지를 했고, 대선승리를 위해 문재인과 김두관을 어쩔 수 없이 양아들로 받아들여 대선 경선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정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는 것은 나무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정당에 입당해 꾸준히 당에 헌신하면서 나름 지역 혹은 중앙에서 당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자기에게도 대권의 기회가 오길 기대하는 정치인들에게는 대선에 외부인사 영입은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 민주당 3명의 유력 대권후보가 다 양아들이고 적자(嫡子)는 정세균 후보 하나뿐인데 현재 당내 지지율이 10%가 안 되니 이것이 민주당의 현주소다.
요즘 세간에 “잘난 아들은 국가에서 데려 가고, 돈 잘 버는 아들은 처갓집 신세고, 조금 처지고 어렵게 사는 아들만 내 차지” 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지만 적어도 동지애(同志愛)로 뭉쳐 일심으로 싸워도 될까 말까 해 보이는 대선 판에 현재의 민주당 사정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긴 아직 안철수라는 사윗감이 밖에 떡 버티고 있으니 정 안되면 사위라도 불러들여 대(代)를 이어가면 되겠지만 그 사윗감이 아직 장가 올 생각이 없어 보여 민주당의 한숨은 더 깊어 보인다.
좀 모자라면 어떤가? 이번이 아니면 또 어떤가? 적어도 신익희, 박순천, 김대중으로 이어지는 정통민주당이라는 간판을 유지하려면 조금 인기가 없더라도 당원들이 일심으로 당내 인사를 키우는 것이 정당 존립의 근거라고 생각하는 데 민주당 당원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아이들 키우다 보면 잘난 아들, 돈 잘 버는 아들, 조금 모자란 아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효심이 깊은 자식은 어쩌면 모자란 아들이다. 그 모자란 아들이 부모가 병들고 추해질 때 “이분들이 내 부모다”며 떳떳이 밝히고 정성으로 봉양하는 것이다.
줄 세우기 하는 일부 민주당 사람들, 양아들도 아들이고 사위도 자식이며,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대선이 코앞인데 무슨 헛소리냐!고 하겠지만 태풍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내 아들은 과연 어떤 아들일까? 내 사위는 어떤 인물이 될까?”를 생각하며 그냥 지껄여보는 말이니 너무 흥분하지 말았으면 한다. 정통민주당을 계승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