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09. 04.


아들에게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구나. 아니 어쩌면 하늘도 오늘날의 슬프고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려주는지도 모를 일이지.
7살짜리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후 목졸라 죽이려고 까지 했던 인면수심, 만삭의 여인을 성폭행, 큰 아버지가 조카를 상습 성폭행 등 등 요 며칠째 온 언론에 성폭행 관련 기사가 넘치는구나. 참 어른으로서 부끄럽다. 특히 어린 여자아이들이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라도 할 때면 마치 내가 무슨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더욱 부끄럽구나.
과연 이 나라가 일본군에게 강제 위안부를 경험했던 나라가 맞는지? 치안을 담당하는 政府(정부)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인지, 큰 사건이 발생하면 대통령부터 하급 순경까지 야단법석이고, 언론은 물만난 고기처럼 특종(단독보도)에 誤報(오보)에 정신이 팔려 있는 것 같구나.
아들아! 이제 수능이 두 달 정도 밖에 남지 않았구나. 주변은 어찌되든 그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진학 후 너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면 이런 편지를 쓸 필요도 없겠지만 지금 나라사정을 보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진정한 삶의 의미도 함께 고민해야 될 것 같아 느닷없이 편지를 써 본단다.
이제 너도 몇 달 후면 대학생이 될 테고 아빠랑 소주잔 기울이면서 세상에 대해 얘기 할 시간이 많을 것 같은데 도대체 좋은 현상은 보이지 않으니 무엇을 어찌 설명해야 할지 걱정이 앞서는구나. 세상을 많이 살아온 어른으로서 이 사회에 기여한 것이 무엇인지, 나라가 이 지경에 될 때까지 어른들은 무엇을 했으며, 왜! 후손들에게 이렇게 불명예스러운 조국을 물려주는지에 대해 따진다면 단지 너희들 뒷바라지 한 것 밖에 없는 자괴감이 들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아빠는 단지 내가 하는 일만 열심히 하면 정치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빛내고 우리 국민을 지켜주는 줄만 알았단다. 앞집 옆집에서 이렇게 까지 짐승의 탈을 쓴 사람들이 득실거릴 줄 누가 알았겠느냐. 
나라 경제는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줄 알았고, 후진하는 정치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지. 세계에 우리 K팝음악이 흐르고 올림픽에서 5위에 임상하면 국력이 커지고 국격이 높아지는 줄 만 알았지 내부적으로 이렇게까지 막나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정말 몰랐다.
물론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지. 그래서 이런저런 사건들이 일어나게 마련이기 때문에 일련의 성폭행 사건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문제 및 국가 간의 분쟁이 발생하지. 그래서 이런 것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와 정부가 필요한 것인데 현 정부는 과연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화가 나는구나.
아직 널 철부지로 생각하던 아빠가 며칠 전 슈퍼에서 무심코 “기무치 사야지?”라고 하니까 “김치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요”라는 말에 깜짝 놀랐단다. 아직 어리고 그저 공부만 하는 줄 알았는데, 네 덕분에 고등학생들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다 알고 있구나. 우리 아이들이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저 내 소유물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아이들 앞에서 툭툭 내뱉는 말이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되고 삐뚤어 나 갈수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지.
어른들의 그런 오만함이 어쩌면 우리사회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오직 대권만을 위해 상대를 깔아뭉개는 일이 일상사고, 상대를 깎아 내리기 위해 온갖 험담을 여과없이 TV로 중계하는 행태, 그리고 국민은 아랑 곳 없이 자기들만 배불리 나누어 먹고서는 국민 세금으로 사회복지 기금이나 몇 푼 던지며 “예라!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식이니 더욱 화가 나는 것이지.
아무튼 아빠는 11월8일이 기다려진다. 시험에 지친 아들과 허심탄회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싶구나. 네가 듣는 음악과 TV프로나 같이 보면 소통하는 거라고 생각한 것에 대해 반성도 하고, 늦었지만 네가 궁금하고 답답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미래의 계획은 또 어떤지, 아빠와 아들이 아닌 인생의 선후배로서 대화하고 진정으로 소통하고 싶구나.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늘 얘기하면서 막상 매일 보는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고 있는 내 자신을 뒤돌아보고 돈만 주면해결 된다는 어리석음에서 깨어나기 위해, 그래서 11월8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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