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09. 18.
사람이 무서운 세상
새누리당은 박근혜(존칭 생략), 민주당은 문재인으로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면서 양당의 기나긴 경선이 드디어 마침표를 찍고 본격적인 득표전으로 들어갔다.
두 후보는 70학번 동기다. 나이는 호적상으로는 박근혜가 위지만 한 살 어린 문재인과는 학번 동기다. 학번이 동기고 동시대를 같이 살았지만 같은 것을 보면서 서로 다른 생각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양당의 대권 후보가 된 것이 흥미롭다.
대권싸움이 한참 진행되는 가운데 특히 어업과 농업에 막대한 피해를 준 태풍이 3개나 한반도를 지나갔다. 곳곳에서 미성년자를 비롯한 성폭행 범들이 날뛰고 이곳저곳에서 정치인들의 수뢰소식이 터지고 있다.
태풍이야 자연의 힘에 의해서 피해를 입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성폭행이나 공천장사 혹은 정치인의 금품수수에 대한 운전기사의 제보, 거기에 박근혜 측과 안철수 측 친구간의 사퇴종용 통화 논란 등 이런 일들이 결국 다 사람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아마 이런 현상은 우리 사는 세상이 돈 아니면 권력이 있어야만 잘 살 수 있다는 시대로 변해여서 인지 모른다. 있는 놈들만 잘살아가는 것에 대한 불만과 팍팍한 삶을 포기해서 저렇게 막나가는 것일 수도 있고, 세상이 변한 것을 모르고 아직도 순진(?)하게 “설마 저 사람이 나를 고발할까?” 그야말로 걸리면 재수타령이고 안 걸리면 다행인 정치판의 행태 탓일 수도 있고, 어떻게든 한번만 정권 잡는 쪽에 붙으면 인생한방이라는 한탕주의가 우리사회에 만연해서 일지도 모른다. 부모에게 효도, 친구간의 의리, 선후배간의 질서보다는 오직 공부만 잘해 출세만 하라는 식의 교육 탓일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사람간의 정이 없어져 인간이 점점 흉포해지고, 사람냄새가 사라져가는 지금 세상을 꼭 누구 탓이라 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가 가진 끝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제 새로운 인물들이 정치권에 속속 입성하고 있다. 그들에게서 희망을 찾고 싶다. 박근혜와 문재인은 기존의 정치인에 비해 그래도 신선해 보인다. 또한 19일 안철수의 출마가 공식화되면 젊은이들이 정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열심히 한 분야에 노력하면 일거에 대통령 후보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의 메시지도 보여줄 것이다.
박근혜 측의 김종인은 "국민 피부에 와 닿는 실천 가능한 공약을 만들 것"이라고 했고, 문재인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여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세종시를 비롯한 자치정부의 슬로건에 ‘사람이 중심인 도시’ 라는 표어가 자주 등장한다. 양당의 대권후보나 지방자치 단체장들이 작금의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이해하고 쓰고 있는 것인지 그냥 슬러건으로 쓰는 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서서히 인식하고 있다는 정말 다행한 일이다.
사람이 아무리 악독해지고 위선과 거짓, 폭로가 난무해도 사람이 사람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세상에서 사람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럴 즈음 어느 대기업의 광고 카피가 눈에 띤다. “늘 원칙을 지키는 예측 가능한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도 믿고 살아가야 할 사람이 더 많은 세상,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면 밉지만, 그래도 사람이 이끌어 가야 할 세상인데 인간사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번 대선이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