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09. 25.


부채(負債)인생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000조에 육박한다고 한다. 나랏빚 역시 900조 가 넘은지 오래며 경제전문가인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800조가 넘는다고 주장하기도 하니 그 규모가 엄청나다.
어떤 이들은 부채도 자산이라고 하나 이는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하는 말이지 가계부채가 1000조에 육박하면 모르긴 몰라도 대규모 부도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인 것은 틀림없다.
개인이나 나라의 빚이 많아지면 대외신인도가 낮아지고 높은 이자를 쓸 수밖에 없게 되고, 이자에 이자를 합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빚이 불어난다. 나랏빚이야 머리 좋은 정치인들이나 행정가들이 어떻게라도 해결한다지만 개인이 부채가 많다는 것은 신용이 악화되어 어디 가서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어 결국 파산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채, 즉 빚이 많아지는 이유는 집을 사면서 대출받은 경우가 크겠지만 어쩌면 카드가 한 몫 했을 수도 있다. 알다시피 카드는 신용구매다. 일단 쓰고 한 달 혹은 그 후에 갚으니 나중에 갚아야 할 외상인지도 모르고 마구 써댄다. 물론 통장에 여유가 있다거나 카드를 쓴 만큼 돈이 들어온다면 상황은 다르지만 대개의 경우 카드빚이 결국 커져 대부업체를 전전하다 결국 신용불량자가 되고 마는  부채인생을 부추긴 것이나 다름없다.
사람이 살다보면 꼭 돈과 관련된 부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빚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돈과 관련된 부채는 잘못되면 송사(訟事)에 걸리고 심신양면의 고통이 심하지만 마음의 빚은 신체적 고통보다는 미안함이 따른다.
대개의 부모들은 자식사랑이 남다르다. 그들도 부모가 있었거나 현재 있겠지만 아무래도 자기들 부모보다는 자식들에게 더 애정이 가고 신경이 쓰인다. 자기를 나아주고 길러준 부모님에 대한 큰 빚을 생각할 겨를이 없는 삶, 자식들에게 온 정성을 쏟아내도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에서 부모에게 효도보다는 그나마 큰 빚 안지고 아이들 잘 키우려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 그것이 어쩌면 우리네 일반인들의 내리사랑 인생사가 아닌가 싶다.
지금 정치권 한쪽에서는 대권 싸움이 한창이고 국회에선 내년 예산 심의가 시작된다고 들린다. 내년예산 규모가 340여 조원이고 이중에 복지예산이 97조원이라고 전해진다.
복지예산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나라재정이 좋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라예산의 거의 1/3을 복지에 쏟아 붓는데도 물가는 비싸고 아이를 하나이상 낳을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 문제다.
올해부터 시행된 전면 무상보육이 예산부족으로 전면 폐지되고 소득에 따라 선별 지원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참 우스운 꼴이다. 개인이 자기 소득을 모르고 집사고 고급차타면서 카드를 써댄다면 이해라도 간다. 적어도 국가라면 달라야 한다. 한 국가의 살림규모도 모르면서 오직 선거에서 당선만을 위해 공약(空約)을 남발해대는 정치인들의 말빚의 끝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지금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는 대권경쟁이 한창이다. 대권후보 정도면 가계부채도 알 것이고 나랏빚의 규모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참모들은 당선을 위해서는 별의별 공약을 연구해서 발표할 것이고 당선을 위해서는 뒷일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리네 삶을 더욱 더 부채(負債)인생으로 몰아가 공약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말에 대한 책임은 곧 우리 서민들에게 세금이라는 부채로 돌아온다. 결국 부모님에게 진 부채를 갚기는커녕 후세들에게 엄청난 빚을 떠넘기며 살아야 하는 세상을 촉발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도 모르는 빚을 안고 태어나 힘겹게 살다가 빚도 못 갚고 후손들에게 그 빚을 떠 넘겨야하는 세상에서, 국민의 신뢰를 잃은 부패한 정치인들의 말의 성찬 후에 돌아오는 빚더미를 청산하기위해서, 그래서 아마 20~40세대들이 안철수 현상을 몰고 온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봐야 한다.
국민의 표는 결국 정치인들이 져야할 엄청난 부채(負債)다. 여러 공약보다는 자기가 한 말에 대한 책임이라도 지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비록 빚은 지고 살지만 속고 살고 싶지는 않아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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