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10. 10.
세종대왕과 광해
10월 9일은 한글날이며 원래는 공휴일 이었다. 1991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됐다가 요즘 다시 공휴일 재지정 논란이 거세다.
소설가 이외수씨를 비롯한 유명인들이 앞장서 한글날 공휴일을 주장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대통령 후보들이 이를 공약으로 넣으라고 압박하고 있으나 그렇잖아도 휴일이 많아 걱정인 재계(財界)의 반대로 아직 성사여부가 불투명하다.
아무튼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지 566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국민은 한글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으며 이제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에 까지 한글이 전파되었고 한글로 지은 노랫말을 그대로 부른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이란 노래가 미국인들이 쉽게 따라 부르는 세계어가 되었다는 것에 무한한 자긍심을 느낀다.
인터넷이 발달되고 신조어들이 무수히 만들어져 요즘 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이 하는 말 중에서 때론 그 뜻을 알기 어려운 것들도 종종 있긴 하지만 그 뜻을 알고 나면 “아! 우리 한글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전해 세계인들이 우리 한글을 쉽고 재밌게 따라할 수 있겠구나”라는 긍정적인 해석도 가끔은 해본다.
아무튼 세종대왕은 우리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분임에는 틀림없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이 세종대왕을 따라하려고 애쓴 것만 봐도 600년 전 그분의 리더십이 아직도 우리 사회를 감싸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세종대왕이 단지 한글만 만들었다고 우리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단정 할 수는 없다.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제 뜻을 알리려 해도 마땅한 수단이 없음을 알고 집현전 학사들에게 백성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글을 연구하게 했고, 해시계, 물시계, 측우기 등 주로 백성들의 불편을 덜어주려는 여러 가지 업적을 쌓았기 때문에 지금도 우리 국민의 사랑을 받는 위대한 분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요즘이야 정치인들의 임기가 정해져 있고 그냥 별 탈 없이 임기나 마치면서 큰 역사(役事)나 마쳐 놓으면 후세들이 그 이름을 칭송하는 정도지만, 600년 전 세종시대에 오직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구상을 하고 대책을 마련했다는 것이 현재의 정치인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 조금은 달라 보인다.
최근 영화 광해의 대사 중에 가짜 광해의 “사대의 예보다 내 백성들의 목숨이 몇 백곱절 천곱절 중요하다”는 말에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왕, 진정 그것이 그대가 꿈꾸는 왕이라면 그 꿈 내가 이뤄드리리다”는 허균의 말이 귀에 아른거린다.
세월이 흘렀지만 국민이 뽑아주면 누구나 5년짜리 왕이 될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영화 광해가 흥행에 성공한 이유도 대선정국과 맞물려서 일지도 모를 일이다. 광해는 왕 노릇을 했지만 왕으로 칭송받지도 못한 인물이다. 광해도 어쩌면 세종 할아버지를 따라해 보려고 애썼지만 당파 싸움에 흔들려 불명예스럽게 퇴진 한 것일지도 또한 모를 일이다. 광해의 진면목을 보려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가짜 왕을 내세워 진짜보다 더 왕 같은 가짜를 보며 은근한 카타르시시를 즐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기도 하다.
요즘 대선 판에도 당파싸움이 한창이다. 이쪽 편에서는 저쪽 편 사람을 한사람이라도 더 끌어오려고 갖은 수를 다 쓰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피곤한데 정권을 잡기위해 저마다 화합과 쇄신을 주장하는 말들뿐이다.
누가 되든 대통령이 되겠지만 부디 세종의 백성 사랑과 비록 가짜지만 왕이 된 광해의 말을 귀담아 듣기를 바란다. 비록 영화지만 400년 전 가짜 광해보다 못하고 그런 가짜의 말에 깜짝 놀라는 신하 하나 없어서야 나라꼴이 제대로 되겠는가?
설마 왕 노릇은 관심 없고 가짜 왕을 내세워 뒤에서 다 해먹으려는 것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