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10. 16.
재미있는 개그콘서트 vs 웃기는 정치판
요즘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10년 넘게 장수하고 있는 프로그램인 개콘의 인기 비결은 우선 소재가 다양하고 코너도 식상하려하면 곧 바꿔 주는 등 시청자의 마음을 읽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가끔씩 유명배우나 톱 가수들이 영화홍보 혹은 신곡을 홍보하기 위해 깜짝 출연해 방청객과 시청자들의 눈요기도 충족해 주고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 즉, PD에게 못생겼다고 한다든가 유명인물이나 타 방송사 프로그램을 개그로 풍자하기도 해서 더욱 인기다.
삶에 지친 국민, 특히 공부에 지치고 일자리에 허덕이며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스스로 망가지더라도 개콘을 통해 시원하게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맨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들이 인기 없는 프로그램에서 그저 웃기려고 혹시 남을 잘못 비판했다가는 영락없이 고소당하는 현실에서 그나마 20%를 상회하는 시청률로 국민의 사랑을 받기에 아무리 힘센 사람도 웬만하면 웃어넘겨야 하는 것이다.
요즘 대선판도 웃기는 장면이 속출하고 있다. 개콘이 주는 신선한 재미와 건강한 웃음과는 물론 큰 차이가 있는 코미디 같은 일들이 속속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한물간 호남인사를 끌어들여 화합과 탕평을 한다는 액션을 취하고 이에 불만을 표하는 인사를 박근혜가 직접 만나 설득하고 있고, 민주당은 새누리당 성향인 사람을 스카웃해서 중책을 맡기고 노무현 시절 호남 홀대에 대해 사과하면서 호남 민심을 추스르려고 안간힘을 쏟고, 무소속 안철수 측은 새로운 정치를 한다더니 이당저당 보수진보 안 가리고 몸 불리기에 한창이다.
또한 여야 공히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다. 10대 그룹의 총수 중 한명이 구속되었고 또 다른 총수도 국회 국감장에 불러야 한다는 등 이미 재벌이 우리사회에서 미치는 영향이 그다지 큰 상황도 아닌데 재벌이나 기업가들이 대한민국 발전에 끼친 커다란 공로보다는 마치 무슨 죄인이나 되는 것처럼 취급한다는 것, 이것 또한 코미디를 넘어 표를 얻기 위한 연기 혹은 대선 자금을 몰래 가져오라고 겁주는 것으로 들려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재벌이라는 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벌써 몇 정권을 거쳐 오면서 성장했는데 설사 재벌에게 잘못이 있다 해도 2012년 현재까지 바로잡지 못했다면 그것은 기존의 정치인들이나 정부의 잘못이지 재벌만의 잘못이 아니다. 따라서 재벌이 개혁할 것이 있으면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고 현 시대에 맞는 기업가상으로 변화하게 하는 것이 정치가나 행정가의 몫이지 대선 판에서 표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공개 몽둥이찜질을 가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만약 개콘이 10년을 한결같이 같은 코너만 했다면 오늘 같이 국민의 사랑을 받았겠는가? 그 나물에 그 밥처럼 오래된 개그맨들이 계속 이어왔다면 그 프로가 존재가치가 있겠는가를 생각해보라. 시대에 맞는 변화와 방청객 혹은 시청자와의 소통, 그리고 스스로 망가지면서도 오직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즐거운 웃음을 국민에게 주기 위해 코너를 짜는 개그맨들의 진정성을 한번 들여다보라.
개콘은 계속 진화하는데 정치는 아직도 그 나물에 그 밥이요, 그 인물에 그 정책이요, 진화는 못할망정 옛 일들과 옛 사람들을 앞세워 싸움질이나 하고 있으니 뭘 어떡하자는 건지 궁금하다.
오직 정권만 잡고 보자는 식이면 정권 잡아봤자 별거 아니란 것도 알아야 한다. 5년은 길어 보이지만 그리 길지 않다는 것도 말해주고 싶다. 몇 사람만 호위호식하고 잠깐 큰 소리 치고 갖은 폼 잡다가 감옥에 가거나, 아무리 애써도 주변사람에 휘둘려 실패한 대통령이 되는 경우가 현 정권과 그 전 정권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상황이다.
나를 희생해서 오직 국민을 웃겨야겠다고 같은 생각을 하는 개그맨들처럼 소위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도 진정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한번 해보라. 그래도 이 나라가 잘 안되면 차라리 개콘 멤버들에게 나라를 한번 맡겨보든가. 쓴웃음보다는 잠시라도 한번 즐겁게 웃기라도 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