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10. 30.


‘빨리빨리 문화’ 이제 한템포 쉬어가야

 

 

 "한국 사회는 무척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 한국 사람들은 단지 그 변화의 속도를 느끼지 못할 뿐이다. 나는 세계 어디에서도 한국처럼 변화에 대한 부담(혹은 두려움)이 적은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휴대폰, 컴퓨터, 자동차 등 다른 나라에서라면 5-10년 족히 쓸 물건도 한국에서는 1-2년만 되면 골동품이 된다. 한국 사람들은 그만큼 변화에 익숙하며 변화를 좋아하고, 또 즐기기까지 한다."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전 회장 제프리 존스는 그의 저서 <나는 한국이 두렵다>에서 이렇게 묘사한 바 있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 사람들은 항상 서두르는, ‘속도’를 강조하는 민족이다. 우리나라에 오면 가장 쉽게 배우는 단어 중 하나가 ‘빨리빨리’라 할 정도로 우리는 신속한 일처리를 중요시 여기고 있다.
 한국인의 이러한 ‘속도 사랑’으로 짧은 시간 안에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경부고속도로를 들 수 있다. 장장 428km의 고속도로를 개통하는데 단 2년 5개월. 세계 고속도로 건설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것은 마치 우리나라의 속전속결 스타일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 뿐 아니다. 1954년 이후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6.8% 성장했다. 1953년에는 67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 또한 2007년 2만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전쟁의 피해와 가난으로 허덕대던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으로 다가가는데 채 50년이 걸리지 않은 것이다.

지리적 요건으로 인해 좁은 나라에 밀집되어 살다보니 속도 경쟁이 불가피해 속도에 집착을 하게 된 것일까.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이로 인해 많은 업적을 이룰 수 있었고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템포 쉬어갈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OECD가 삶의 만족도, 미래에 대한 기대, 실업률, 희망, 사랑 등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산출한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한국은 36개국 중 24위를 차지했다. 학력이나 학업성취도 등 능력과 효율성에서는 단연 으뜸이지만, 고용이나 노동시간, 노동환경, 행복도에서는 현저하게 낮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자살율, 출산율 등 부정적인 지표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을 볼때면 이러한 지표들이 한국인이 처한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 해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이제는 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인의 효율성, 효용성이 어느정도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에 치여 살며 쳇바퀴 인생,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이제는 잠시 쉬어 여유의 미덕 또한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을 향해 나아가는 일에 급급했던 우리들을 반성하고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여유, 세계를 이끌어나가는 대한민국도 좋지만, 경제지표 뿐 아니라 행복지표 또한 올라가는 얼굴에 웃음가득한 대한민국 국민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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