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10. 30.
실언(失言)과 막말
제18대 대통령선거가 5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새누리당의 공동 선대위원장인 김성주(56세)씨가 영계발언으로 설화(舌禍)에 휩싸였고, 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인 김광진 국회의원(31세)은 막말 논란으로 정책 선거전에 정신없어야 할 대통령선거판에 때 아닌 막말 논쟁이 한창이다.
요즘 세상이 보통의 사람들도 “나는 영계를 좋아해!”라는 말만해도 성희롱이니 뭐니 복잡해지는 세상인데 일국의 여당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장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무리 농(弄)으로 던진 말이라고 하지만 술자리에서 흔히 하는 실언(失言)도 아니고 공당의 당직자 간담회 장소에서 한 말이라니 놀라운 일이다.
이는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는 순진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 같아 서로 상대의 약점을 물고 늘어져야 이기는 것으로 착각하는 작금의 대선 판에서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의 품위에 커다란 손상을 입어 당분간 세간에 구설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여 그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의 김광진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인 지난해 11월에 한-미FTA와 관련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한 대한민국어버이연합에 대해 “나이를 처먹었으면 곱게 처먹어. 당신 같은 어버이 둔적 없어. 분노감에 욕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개 쓰레기 같은 것들과 말 섞기 싫어 참는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고 전해진다.
그 시절이야 아직 혈기 어린 청년의 영웅적 심리에서 나온 말이라고 쳐도 지난 19일 국방위 국감에서 한국전쟁의 영웅 백선엽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에 국방예산을 지원하는 것과 관련 "민족의 반역자인 백선엽 장군의 뮤지컬 제작에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품위를 넘어 새까만 후배가 대 선배를 모독하는 폭언(暴言)에 가까운 말이다.
물론 국회의원은 예산을 심의하고 국민세금이 적재적소에 사용되는지 감시하고 지적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니 예산 낭비를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술을 마시다가 때론 실언도 하고,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폭언(暴言)을 하기도 하고, 젊은 시절에는 사상에 빠져 본인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막말을 서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사람은 성장하며 몇 번 바뀐다. 방황하는 어린 시절 다르고, 청년시절에 또 달라지며, 정신이 성장해 장년이 되면 완전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인생사다.
따라서 젊은 시절의 자기 자신을 뒤돌아보면 본인도 그리 내세울 것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반성하고 후회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거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국가에 더욱 충성하고 사회나 가족에게 더 많은 사랑을 베풀며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은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다. 이미 고인이 된 박정희나 노무현까지 등장시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날선 공방전을 보면 마치 박정희 대(對) 노무현의 대리전을 치르는 착각까지 들 정도로 오로지 선거만 이기고 보자는 전쟁터로 여겨지는 판국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보면 다 훌륭한 지도자 감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미래형 인물들로도 보인다. 그런데 그 뒤를 보면 아직도 죽은 사람을 불러내야 하는 절박함이 보인다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미래의 한국을 이어나갈 후세들이 보고 있다. 공직자들의 실언과 막말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그냥 접어두고 이번 대선은 지금부터라도 과거보다는 미래를 위한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를 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