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11. 14.


검사와 의사

 

 

한때 우리나라 중매시장에 열쇠3개가 유행한 적이 있다. 이른바 졸부들의 딸이 잘나가는 사(士)자 들어가는 직업을 가진 남자에게 시집가기 위해서 아파트 키와 자동차 키, 그리고 사무실 키를 주어야 하는 웃지 못 할 풍습이었다.
남녀가 서로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하려면 서로 힘을 합해 작은 공간에서부터 시작해서 미래를 설계해야함에도 갑자기 돈을 번 졸부들이 이름값 있는 사윗감을 얻어 신분상승을 꾀하려는 마수에 걸려 젊은이들이 사랑보다는 돈을 쫓는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해 현재의 중년들이 신의나 사랑보다는 오로지 권력과 돈을 쫓는 출세 위주의 세상을 초래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중에는 돈과 상관없이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는 부부도 몇은 있었겠지만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사랑보다는 돈이 결혼의 전제가 되었던 그런 시절이 다시 오지 않길 바란다.
그나저나 세월은 흘러 요즘 그 잘나가던 검사들이 수난의 연속이다. 이른바 그랜저 검사에 스폰서 검사, 내곡동 사저부지 수사부실로 인한 특별검사와 이에 따른 서울지검 한 여검사의 자성(自省)의 글, 거기에 사상최대 규모의 피라미드 사기꾼 조희팔의 돈까지 받은 검찰 간부까지 등장했고, 이를 경찰이 먼저 첩보를 입수해 수사하자 급기야 특임검사를 임명해 경찰의 수사를 방해한다는 의심까지 받게 됐으니 정말 세상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나게 하는 사건의 연속이다.
비리검사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임명된 특임검사는 검사와 경찰을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와 같다며 경찰은 검사를 돕는 심부름이나 하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필자가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는 정확히 모르지만 의사와 간호사는 분명히 하는 일은 다르지만 서로 떼어 놓고 생각 할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간호사가 수술을 할 수 없지만 간호사가 수술을 못한다고 해서 의사의 심부름이나 하는 허드렛일을 하는 직업이 아니라 의사와는 협력자라는 것이다.
그 검사는 경찰은 기소권이 없으니 단지 검사가 시키는 초동수사나 증거 수집정도 하는 하급부서정도로 생각한 것인지, 감히 경찰이 검사를 수사할 수 없으니 이제 손을 떼라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번 검사비리 사건은 검사가 연루된 사건이기에 우리 국민은 경찰이 수사하든지 아니면 또 특검을 하든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두고 검·경 수사권 독립을 운운하는 것도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 국민은 진실을 원하는데 검사의 수사를 또 다른 검사가 맡는다는 것은 의혹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수사가 끝난다 해도 우리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침묵도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임기 말이라 해도 이번 문제는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물론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사건으로 특검의 수사 대상이라 정신이 없겠지만 범죄자들을 단죄해야할 검사가 여러 명 연루된 이 중대한 사건을 마치 검·경의 수사권 다툼으로 몰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경찰은 고시 합격한 검사들에 비해 객관적인 실력은 조금 뒤지지만 대부분의 경찰은 나름대로 국민의 안녕과 재산을 지키는데 혼신을 쏟고 있다. 간호사는 의사는 아니지만 거의 의사나 마찬가지다. 힘들고 지친 환자들을 보호하기에 여념이 없고 의사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도록 조금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으며 환자들은 때론 의사보다 간호사를 먼저 부른다.
의사는 간호사에게 명령하지 않는다. 의사와 간호사는 급여도 다르고 하는 일도 전혀 틀리지만 수평관계라는 것이다. 언뜻 보면 검사를 빛나보이게 하는 경찰의 관계가 의사와 간호사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현 시대에 검사와 경찰의 관계를 직시하면 검사와 경찰을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라고 비유한 것은 아무리 봐도 부적절한 언사다.
우리 간호사들은 1960년대 어쩔 수없이 광부들과 함께 서독으로 돈 벌러 가야 했다. 당시 수많은 간호사들이 고국을 떠나 독일에서 흘린 눈물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질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분상해 있는 경찰들도 분개하겠지만 간호사들이 크게 화낼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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