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11. 21.
철새와 충치
철새는 철 따라서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는 새를 말하며 가을에 북녘에서 번식하고 남하해 월동하는 새는 겨울새라 하고, 이른 봄 번식하고 가을철에 월동을 위해 다시 이동하는 새는 여름새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시베리아 및 중국 동부와 만주 등지에서 번식하고 일본 남부에서 호주에 걸쳐 월동하는 철새집단의 주요 이동경로지인데 최근 금강 하구언에는 하구 둑 건설로 담수 영양염류 공급이 중단되자 철새마저 현저히 줄어들어 국토개발도 좋지만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 즉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어야 하는 세상의 이치를 새삼 깨닫게 해 주고 있다.
그래도 아직 우리나라에는 철새가 많이 있다. 4년에 한번 씩 오는 국회의원 선거판에 철새가 가장 많고, 5년에 한번 오는 대통령 선거에는 소위 공약(公約)개발이라는 얄팍한 수를 놓아 한방에 공직에 진출해보려는 교수들을 비롯해 스카우트라는 미명하에 이당저당 옮겨 다니면서 잔머리를 파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으니 생태계 파괴로 인해 철새는 조금 줄었다지만 인간 철새들이 이를 보충해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몇 년씩 반복되는 철새 논쟁이 식상했는지 이번 대선에서는 충치 논쟁이 불거졌다. 안철수 후보 측이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를 빗대어 “충치는 뽑혀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충치(蟲齒)는 세균이나 음식물 찌꺼기 등의 영향으로 벌레가 파먹은 것처럼 이가 침식되는 질환으로 염증이 생겨 입안에서 냄새도 나고 통증도 상당해서 결국 뽑아야 시원하고 옆의 치아도 보호된다.
이해찬 민주당대표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지만 국회의원도 여러 번 하고 장관에 총리까지 한 사람으로 안다. 그런 사람이 어쩌다 충치 신세가 되어 당대표까지 사임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이란 자리가 좋은 자리이면서 무서운 자리인 모양이다.
어쨌든 현재 안철수와 문재인 두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위해 여러 가지 수 싸움을 하고 있으니 그 결과를 두고 보면 알겠지만, 국민의 부름으로 소위 안철수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놓고 결국은 정권교체라는 명분하에 민주당과 손을 잡고 국민에 대한 명분용으로 충치를 만들어 도려내는 것으로 보여 안철수 현상을 기대하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 실망스럽다.
현재 우리사회에 충치는 도처에 있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은 그 충치들을 없애고 새로운 치아를 끼우겠다고 너나없이 공약전쟁이다. 충치치료에 드는 치료비가 엄청나 보인다. 치아에 염증은 지도자들에게 생겼는데 통증은 국민이 앓고 있는 이상한 형국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가 조금 줄었다고 나라가 당장 잘못되거나 국회의원 몇이 이당저당 철새처럼 왔다 갔다 한다 해서 나라가 절단 나거나 중요정책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충치는 방치하면 곤란하다. 냄새도 냄새려니와 통증이 심하고 자칫 옆 치아까지 감염되면 일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치는 꼭 제거해야 한다. 그것도 병원에 가서 뽑아야지 그냥 제거하다가는 더 큰 일을 당한다.
이런 면에서 참 대통령 선거가 좋은 면도 있어 보인다. 국민이 바로 의사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 위임을 받아 충치하나를 우선 뺀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충치는 버리는 것인데 정치판의 충치는 얼마든지 재생 가능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진정 국민의 뜻인지 대통령을 자기네 당으로 가져오기 위한 응급조치인지 속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참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어쨌든 충치하나 뽑아 시원해진 안철수 후보는 이번 후보 단일화 협상이 자기를 지지해준 국민에 대한 예의인지도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했다. 정권교체도 좋지만 충치 몇 개 뺀다고 그가 말하는 정치 개혁이 이루어질까도 생각해 봐야 했다.
정권교체와 정치개혁 과연 무엇이 우선인지, 안철수 후보가 바라는 세상은 그저 충치나 몇 개 뽑고 이렇게 끝나는 것인지, 알쏭달쏭 하기도 하고 “결국 이렇게 되는 구나”, “역시 안철수도 똑 같구나”라는 국민의 탄식과 한숨이 점점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