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11. 28.
약속(約束)과 정의(正義)
우리 일상생활은 수많은 약속을 하면서 살아간다. 자라면서 부모님과의 약속, 커가면서 친구들과의 약속, 스스로의 다짐, 이성간의 약속, 남녀의 결혼, 직장생활의 근로계약서 등등 헤아릴 수도 없는 많은 약속들을 하며 사는 것이다. 어떨 때는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진짜 그런 약속을 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나지만 약속을 받은 상대편은 절대 잊지 않는 것이 약속이란 것이다.
정의는 인간이 언제 어디서나 추구하고자 하는 바르고 곧은 것을 말한다. 인간은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자라난 환경이나 교육의 정도, 직업 등등에 따라 틀리기 때문에 정의(正義)를 한마디로 정의(定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적 석학인 하버드 대학교 마이클 샌던 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자유와 평등 그리고 행복이 정의라고 논하지만, 샌던 교수 역시 상황이 변하고 민중의 의식도 변화하기 때문에 정의란 개념의 정답을 내놓지 못하고 독자가 판단하게 하는 것을 보면 정의라는 것은 약속이란 단어처럼 한마디로 정의(定義)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19대 대통령선거 전에는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가 특별한 정책공약보다는 각자의 트레이드마크인 박근혜 후보=약속의 정치, 문재인 후보=정의의 정치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득표전을 한다고 전해진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얼마나 약속을 안 지켰으면 일국(一國)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거창한 정책공약보다는 평소에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니 한번 믿어달라고 말하고, 공직 사회를 비롯한 사회가 얼마나 정의롭지 못하면 스스로 정의로운 사람임을 내세워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을 보면, 이 나라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현주소를 말해줌은 물론 우리 국민이 얼마나 정치에 식상해 있는지, 공직자들의 도덕불감증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약속을 많이 하는 사람은 그 약속을 스스로 깰 확률이 높은 사람이다. 본인이 스스로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것은 한 가지만 알고 여러 변수를 간과하는 것이다. 약속과 정의는 정직함에서 나옴에도 아무리 나쁜 독재자나 범죄자들도 스스로는 정의롭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한 약속은 틀림없이 지키는 신의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중히 여기면서 살아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라를 이끌어야 하는 지도자들은 약속과 정의를 떼어놓아서는 안 된다. 약속과 정의는 정치인의 기본 덕목이지 선택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2년 우리 국민이 가장 바라는 가치는 무엇일까를 찾아야 하는 것이 이번 대선의 득표전에 가장 우선일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은 5년만 정치하고 끝나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 국민이 바라는 가치가 통합되지 않고 서로 다를지라도 서민생활과 우리민족에게는 북한이라는 중요한 과제가 있고 세계적으로 불황인 경제상황에 가계 빚이 1000조에 육박하는 지경에, 향후 2050년경에는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보고서까지 등장하고 있음을 통찰해야 한다.
이제 20여일 후면 약속을 잘 지키거나 정의로운 사람 중 한명의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은 자명하다. 기왕에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면 정의로움을 더해 나라의 기강을 분명하게 바로 잡고, 정의로운 사람이라면 우리 국민의 팍팍한 삶에 희망을 주는 대통령이라는 분명한 약속을 했으면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정의로운 사람도 많고 약속을 잘 지키는 보통사람들이 의외로 상당히 많다. 그들은 지키지 못할 약속은 잘 하지도 않고 자기가 정의롭다고 내세우지도 않는다. 그냥 가족을 부양하고 열심히 맡은바 일을 해나가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실패한 대통령이 되느냐 성공한 대통령이 되느냐의 기준은 약속과 정의보다는 국가에 대한 책임감과 국민에 대한 사랑의 지속성이 더욱 중요하다. 정치지도자들은 굳이 정의와 약속을 내세우지 말고 주어진 여건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다.
안철수현상에서 우리국민이 무섭고 현명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2012 국민의 선택은 약속이나 정의를 보고 하는 것도 아니고 과거보다는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이다. 이것도 정의(定義)는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