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1. 22.
성폭행범이 살기좋은 나라?
한국여성정책 연구원이 최근 ‘성폭행 피해자 정신건강 현황’ 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7~11월 성폭행 피해여성 550명에 대한 설문과 8명의 심층면접을 통해 이뤄졌다. 이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성폭행 당시 손상된 신체의 회복보다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는 속도가 훨씬 더디다고 한다.
성폭행 피해자들의 신체건강지수는 성폭행을 당하기 전 평균 2.15에서 피해 당시 4.01까지 악화됐다. 이 수치는 5점 척도로 수치가 높을수록 건강이 좋지 않을 것을 의미하며, 3점까지는 정상으로 본다. 조사 당시 피해자들의 신체건강지수는 평균 3.2로, 육체적인 피해는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신건강지수는 달랐다. 성폭행 피해 당시 4.33이던 피해자들의 평균 정신건강지수 조사 시점에는 3.79를 기록한 것이다. 신체건강지수와는 달리 정신적 후유증은 제대로 극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친아버지에게 10여년간 성폭행을 당한 한 여성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자신이 성폭행을 당하는 사실을 모르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한다는 생각했기에, 이런 경우 이것이 성폭행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정신적 피해 증상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보다 더 극심한 충격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한다.
성폭행 피해자 중 자살을 시도한 사람 또한 응답자의 41.0%에 달했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43.5%), 우울감에 사로 잡혔다(38.5%)는 응답 또한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성폭행을 당한 후의 심리적 피해는 생각보다 크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은 딱히 보이지 않는 듯 하다. 우선, 성폭행 범죄의 심각성 및 신고제도에 대한 조기교육이 시급하다 생각한다. 어린 나이부터 교육을 한다면 그 효과가 배가 될 것이다. 더불어, 성폭행 피해자들의 정신적 피해를 회복시키는 치료 시스템 마련 또한 절실하다. 성폭행범이 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피해자의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후 피해자가 회복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시스템 마련에 힘을 써야 한다.
하지만 성폭행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가장 기본이다. 미국의 경우 성범죄자에 대해 최소 2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뿐더러, 성범죄자가 석방한 경우 그 사실을 이웃에게 알려 주의를 주는 등 지속적인 감시가 있다고 한다. 또한 음주 후 범죄를 저지르거나 총기 등으로 위협한 경우 75년형을 살아야 하는 등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처벌을 받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소 20년 이상의 징역형은 기본이고, 아동 성범죄자의 경우에는 이유를 막론하고 20년 이상의 실형에 더불어 실명, 얼굴을 공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2011년 상반기 13세 미만 아동성범죄자 중 43%가 집행유예 상태인 것 만 봐도 얼마나 처벌이 미약한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쉽게 벌금형 혹은 집행유예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혹여 실형을 선고받는다 하더라도 술에 취해 심신이 미약했다는 점을 감안해 감형을 해주는 경우 또한 다반사니, 피해자 입장에선 울화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성범죄자는 벌금을 물거나 몇년 형을 치른 후 정상의 삶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피해자는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말도안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성범죄자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 마련을 기본으로, 피해자를 위한 치료 시스템도 같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