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1. 29.
권력남용과 권한남용
임기를 25일여 남긴 이명박 대통령이 천신일씨 등 측근을 특별사면(특사)했다고 전해진다. 특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니 일반국민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지만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 비리를 저지른 대통령 측근들을 벌써 감옥에서 내보낸다면 국민의 법 감정은 물론 새로 산뜻하게 출발해야 하는 새 정부에 부담을 주는 권한 남용의 대표적 행위다.
헌법 제1조 2항에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그 국민의 위임을 받은 대통령은 헌법정신에 입각해서 국민의 편에 서서 권력을 행사해야 함은 두말 할 나위없다.
최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청문회에서는 특정업무경비 문제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특정업무경비는 소위 힘 있는 정부기관 즉 대법원이나 검찰, 경찰 등의 수뇌부들이 업무추진비와는 별개로 30만 원 이하는 증빙서류도 필요 없이 쌈짓돈처럼 쓴다는 사실도 밝혀져 국민을 어리둥절케 했다.
이는 국민이 위임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권한을 함부로 사용하는 한 가지 예(例)에 불과하다. 정권을 가진 사람들이나 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선출직 공무원들은 선거 때만 반짝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소리 지른다. 그러나 일단 당선되면 인사권이나 각종 인 허가권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고, 그들에게 주어진 수천만 원의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와는 별개)를 마치 자기 개인 카드처럼 사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지금이야 나라가 민주화되어 권력 남용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닌듯하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들도 있겠지만 요사이는 권력남용보다 권한남용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권력자들이 가진 각종 권한 역시 국민이 위임한 것이다. 그 엄청난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타락하면 그에게 주어진 권한은 막강한 권력이 되어 국민을 궁지로 몰아넣게 되고 결국 국민은 대통령을 외면하게 되어 실패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순식간에 변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정치 토양을 경험했을 것이다. 어떤 핸드폰 회사 광고처럼 ‘빠름 빠름’이 어쩌면 현재 대한민국의 현주소이고 향후 정치지형이라는 사실도 간파했을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김용준 총리 후보자를 내세운 것을 보면 차기 정부는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통령 직할통치를 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할 일이 너무 많은 차기 정부에서 일사분란은 필수이기 때문에 무난한 인사로 평가한다. 청문회를 통과하는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차기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는 만큼 어렵게라도 통과하리라 본다.
박근혜 당선인은 어린 시절 권력을 보며 살았다. 이제 그 권력의 시대는 가고 책임이 뒤따르는 권한의 시대를 살아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얼마나 엄정하고 부드럽게 사용하는가에 차기정부의 성패가 달려있다.
최초의 여성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그 어느 정부보다 큰 이유는 부정부패의 사슬과 권력남용이 사라지고 스스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서 주어진 권한을 절도(節度)있게 사용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인수위를 보고, 총리 추천을 보면 강력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 정부 탄생을 엿볼 수 있어 그 기대가 큰 것 또한 사실이다.
또 한 번 다가올 정치 지각변동에도 끄떡없는 정부, 모든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아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모든 권한을 사용하는 정부, 그런 정부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