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2. 26.
변형된 사교육 조장하는 입학사정관제
사교육 퇴출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됐던 입학사정관전형이 사교육 시장의 또다른 먹이로 전락했다. 올해 대입에서 주요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전형 선발인원을 확대하기로 발표하자, 학생들의 스펙을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신종 과외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란, 대학이 입학업무만 담당하는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을 채용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이에 입학사정관은 학생부 등 계량적인 성적뿐 아니라 개인 환경, 특기, 대인관계, 논리력, 창의력 등 잠재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합격 여부를 가린다.
지난 2008년 도입 이후 전국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전형 모집인원을 매년 확대하는 추세다. 2014년도 대학 입학사정관전형은 수시에서 4만 6932명, 정시에서 2256명 등 126개 대학에서 4만 9188명을 뽑는다. 지난해보다 13% 늘어난 규모다.
수능이나 내신과 같은 객관적인 점수는 최소한으로 반영되고, 학생의 가능성과 같은 입학 사정관의 주관적인 판단이 합격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입학사정관제의 특징 상, 절대적 합격기준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고등학생의 절반 이상이 입학사정관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다고 한다.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 열풍을 잠재울 해결책으로 기대했지만, 막상 대입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이 제도가 교과성적과 수능점수가 다소 부족해도 스펙관리를 통해 주요 대학에 쉽게 입학할 수 있는 ‘로또’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사교육 시장은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 등을 채우기 위한 스펙 관리 등 맞춤형 과외를 내놓고 있다.
많은 학원에서 컨설팅을 시작했고 실제로 많은 학부모와 학생이 이를 찾는다고 한다. 서울 주요 대학에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을 내세워 자기소개서 첨삭 및 교정, 포트폴리오 관리, 심층면접 대비 등 다양한 컨설팅이 가능하다며 사교육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서울 한 입시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강남 대치동 일부 학원의 경우 입학사정관전형 종합 컨설팅 비용이 한달에 100만원~200만원 수준이고, 보통 3-5개월을 다녀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0만원 가량의 돈이 드는 셈이라고 한다. 엄청난 사교육 비용이 들지만
잠재력 발굴이라는 입학사정관제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사교육이 더욱 번창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학원과 과외 등 사교육에서 교육받은 학생이 급증하자, 입학사정관 측에서도 난감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심층면접을 대비해 컨설팅 혹은 과외를 받다 보니 입학사정관 입장으로서는 이 사실을 알고서도 뽑을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내신과 수능 등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학생의 잠재력을 보고 입학을 시켜 사교육 열풍을 막아보겠다는 입학사정관제의 의도는 좋지만, 이미 너무 많은 신종과외, 학원 등이 생겨났고, 실제로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생의 가능성을 보는 것도 좋지만, 매년 상승하는 모집비율을 보면 이 제도가 과연 형평성 있는 평가방식인지 의문이 든다. 다른 학생보다 열심히 공부해 절대적인 기준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학생들의 노력이 무색해지지 않도록 정시 선발에 대한 관심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입시전형은 매년 지속해서 변하고 있지만 이에 맞춰 사교육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기승을 부리고 사교육비용은 치솟기만 한다. 새 정부는 하루 빨리 관련 대책을 찾아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