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3. 05.
여우와 두루미
박근혜정부가 출범한지 일주일이 지나도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장관지명자가 후보를 사퇴하고 박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사뭇 그 진통이 크다.
정부조직개편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향후 5년간 그 정부의 국정철학을 담아 새롭게 부(部)를 개편하는 작업으로 통상 대통령 취임 전에 여야가 합의를 하는 일련의 정치행위다.
이번에 야당인 민주당이 문제를 삼는 부문은 새 정부가 방송장악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에 방송통신위원회 권한 일부 이양 여부를 두고 벌이는 힘겨루기로 보인다.
방송은 우리 국민의 생활과 밀접하다. 뉴스도 뉴스지만 연속극 및 스포츠 중계 등 우리 국민을 울고 웃게 만드는 어쩌면 매스미디어 중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매체다. 따라서 방송이 공정하지 못하고 권력의 시녀가 되거나 특정 집단의 사유물이 된다면 이는 국민의 판단력을 흐리게 할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인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 장기간에 걸친 MBC의 파업을 지켜보았다. 방송사 기자나 PD 등 방송 관련 종사자들은 거의 명문대 출신이고 언론의 사명인 정치적 중립과 알권리 보장 등 어느 집단보다 자긍심을 갖고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아무리 사장일지라도 경영자의 인사 전횡이나 횡령 혹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면 결코 고분고분 하지 않고 반기를 드는 것은 물론이다.
민주당이 미래창조과학부에 방통위의 권한을 넘기는 것에 지나치게 흥분할 것은 없다. 언론인 스스로 방송장악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중요 방송사 사장을 정부에서 임명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조금 있겠지만 대선에서 패했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 측은 박대통령이 승자이고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민주당에게도 선물 하나쯤은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먼저 정부를 원만하게 출범시켜 주고 선물을 받는 것이 우선일 듯싶다.
우리 국민은 매우 영리하다. 박대통령이 방송 장악이나 하려한다면 국민이 먼저 알고 실망할 것이다. 박대통령은 누구보다 국민행복을 주장했고 자기가 한 말에 충실한 정치인이기 때문에 방송장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의 임기 5년은 우리 국민의 삶에 매우 중요한 기간이다. 특히 정부 초기 한 달은 임기 후반의 일 년에 버금가는 중요한 시기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정부와 야당이 충돌해 정부조직마저 삐걱대면, 누구의 책임이 큰가는 차후 일이고 동시대의 정치인들은 여야 없이 싸잡아 비난받아 마땅하다.
문희상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박대통령의 초청을 거부하면서 “여우가 두루미를 초청하고서 접시에 담긴 수프 먹으라는 격"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박대통령이 상대 입장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일방 통행한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알기로 여우가 두루미를 초청할 때는 좋은 의미로 초청을 했다고 알고 있다. 상대가 좋은 의미로 부르면 일단 들어보고, 본인도 두루미 입장에서 자기 입장을 피력하는 등 대화를 해야 해결되는 것이지 언론에 이러쿵저러쿵 한다면 큰 정치인이 되기 힘들다.
야당 비대위원장은 상대의 의중도 들어보지 않고 초청을 거절해버리고, 대통령은 이에 화가나 대국민담화를 발표해 감정싸움으로 번져 결국 파국을 맞으면 애꿎은 국민만 불행해진다.
민주당은 내부사정이 여러 가지 어렵고 박근혜 정부는 정부조직도 못 꾸리는 형국이라니 도대체 정치는 어디로 실종됐는지...
새 정부에 희망을 걸고 사는 국민은 또 어찌해야 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