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3. 05.
영화의 명(明)과 암(暗)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지적장애인이 교도소에 딸을 데려가 추억을 만든다는 내용의 영화 ‘7번방의 선물’. 6세 지능을 가진 ‘딸바보’ 용구(류승룡)와 평생 죄만 짓고 살아온 교도소 7번방 패밀리들이 용구 딸 예승을 외부인 절대 출입금지인 7번방에 반입하기 위해 벌이는 미션을 그린 이 영화는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순위 톱 7에 이름을 올리는 등 대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배경이 자주 등장한다. SBS 인기드라마 ‘야왕’은 여자에게 배신당한 한 남자의 처절한 복수극을 그렸는데, 이 드라마 또한 교도소가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런 영화 혹은 드라마가 많은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혹여 교도소 생활 혹은 범죄자를 과도하게 미화시켜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 작품의 주인공 모두 교도소 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재소자들의 도움으로 소원을 이루거나 복수를 계획하게 된다. 재소자들은 대부분 사기 전과가 있는 사람들로 묘사되는데, 이들은 극중에서 인간적이고 의리 있는 캐릭터로 비춰지며 교도소 사회를 미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학부모들이 즐겨 찾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7번방의 선물·야왕 주의’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서 한 학부모에 따르면 초등학생 아들이 ‘7번방의 선물’을 보고 난 뒤 흉악범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착한 아저씨를 왜 잡아가느냐는 반응을 했다고 한다. 범죄자들이 미화된 영화 때문에 아이가 교도소를 긍정적인 공간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는 것이다.
교도소가 등장하는 최근 영화나 드라마를 살펴보면, 오히려 교도소 밖 세상은 어둡고 무서운 공간인 반면 교도소는 의리 있는 재소자들과 함께 협동하며 편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그려진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교도소에 가면 평생소원을 들어주는 은인을 만나는 것 아니냐, 의리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교도소 안이 궁금하다는 반응이 있을 정도로 영화로 인한 영향력은 생각보다 적지 않는 듯하다.
자극적인 소재로 관객을 끌어 모으려 하는 영화계의 의도는 알겠으나, 언제부턴가 도둑, 간첩, 조폭, 깡패 등이 지나치게 미화돼 영화속에 그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심지어 범죄집단을 소탕하는 경찰이나 검찰 등 정의를 구현하는 집단이 오히려 악의적이게 표현되곤 하니 이를 보고 혹여 잘못된 가치관이 형성되는 청소년이 생길까 우려하는 부모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재미와 감동 가득한 영화도 좋지만 이에 앞서 청소년 영화관람시 부모나 교사 등의 지도가 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나이 제한은 괜한 이유로 정한 것이 아니다. 15세 관람가, 19세 관람가라는 표시에는 그 합당한 이유가 따를 것이다. 90년대 SBS 드라마 모래시계가 방영될 때 10대들의 장래희망 1위가 \'조폭\'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별다른 생각없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어린 청소년들에게는 이러한 영화로 인해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영화들만 보고 자란 10대들의 눈에 전과자가 어떻게 비춰질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