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3. 26.


                동전과 인물

 

 요즘 모 연속극에 이순신 장군의 이름이 등장한다. 드라마의 제목만 보고 처음에는 나라가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위기에 처한 시기에 충무공 이순신의 일대기를 그려 국민의 안보의식 강화와 나라를 지키는 군인의 참모습을 그려내는 좋은 작품인가 보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여주인공의 이름이 이순신이고 그냥 울고 짜대는 주말드라마였다.
이 연속극 초기방영분에 이순신 장군을 겨우 100원짜리 동전에 들어있는 인물로 폄하하는 장면이 있다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 드라마는 시청률을 먹고 산다. 따라서 극의 드라마틱한 전개를 위해 드라마작가들이 선택하는 어휘야 그분들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시비할 이유가 없다지만 “해경에 지원해 독도나 지키라”는 대사는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이제까지 필자도 100원짜리 동전에 이순신 장군의 얼굴이 들어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냈다는 것이다. 설마 100원짜리 동전에 이순신 장군의 얼굴이 들어 있을라고? 반신반의 하며 100원짜리 동전을 살펴보고 이분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화폐에는 그 나라를 빛낸 분들의 얼굴이 들어 있다. 우리나라는 오만원권에 신사임당, 만원권에 세종대왕, 오천원권에 율곡 이이, 천원권에는 퇴계 이황 선생의 얼굴이 들어있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만원권이나 오만원권에 들어있는 인물은 누구인지 알고 있었으나 천원권이나 오천원권에 들어있는 인물이 퇴계이황인지 율곡이이인지도 사실 잘 모르고 살아왔으니 백원짜리 동전에 들어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모르고 살아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충무공 이순신 장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현시대를 사는 사람들, 특히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수백년이 지난 후 후세들에 의해 동전 혹은 지폐에 그 인물이 들어갈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현재의 예를 보면 무관보다는 문관을 중시하는 것 같아 보여 추측해본 것이다.
그런 가정 하에 요즘 좋은 대학 나와서 고시패스하고 출세가도를 달리는 사람들이나, 민선 정치에 뛰어들어 몇 번씩 국회의원을 해먹고 장관, 혹은 그 이상까지 오른 사람들 중 과연 어떤 사람이 그 명단이나 오를까를 생각해보니 한숨만 나온다.
고관대작들이 불법 부동산투기나 전관예우 등으로 부(富)를 축적하고 국회의원을 몇 번이나 한사람은 국회본회의장에서 누드나 뒤적이고, 누구보다 청렴해야할 검경의 고위직 인사들은 성접대 명단에나 오르내리고 있고, 자기는 아닌 척 감춰두고 남의 허물이나 들춰내 즐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니 현세 사람들은 아마 100원보다 못한 동전에 들어가기도 힘들어 보인다.
100원짜리 동전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왜! 이순신 장군이 백원짜리에 들어있는지 궁금해본 적도 없고, 그저 신사임당이 들어가 있는 오만원권이나 밝히고, 어디 가서 탈 없는 공술 먹을 곳은 없을까? 궁리하는 사람들이 백원짜리에 들어있는 이순신 장군의 부라린 눈을 보았을리 만무하다.
나라를 지키다 전장에서 돌아가시고도 코흘리개도 우습게 보는 100원짜리 동전에나 들어가 계신 충무공 이순신 장군님! 후세들의 불경을 용서해 주십시오. 이제라도 장군님 얼굴이 들어가 있는 100원짜리 동전 함부로 안 다루고 꼭 한 번씩이라도 얼굴 확인하면서 국가의 안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새기겠습니다.
찢어지면 없어져 버리는 일반 지폐보다는 사용 후에도 용광로에 들어가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동전에 들어있는 장군님의 큰 뜻을 새기겠습니다. 어차피 타고나면 한 줌의 재밖에 안 되는 지폐를 탐하는 무리들보다는 죽어서도 용광로에 들어가 다시 태어나 눈을 부릅뜨고 계신 장군님의 자랑스런 얼굴 후세들에게 꼭 가르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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