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4. 02.


풀뿌리민주주의와 정당공천

 

 

풀뿌리민주주의라는 말은 1935년 미국 공화당의 전당대회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말이다. 의회제도에 의한 간접민주주의에 반대하는 시민운동과 주민운동을 통해 주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참여민주주의를 뜻하는 말이다.
풀뿌리민주주의의 원어는 grass-roots democracy로 말 그대로 번역하다보니 풀뿌리민주주의라고 불린 것으로 보인다. 풀은 뿌리가 튼튼해야 바람에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고 또한 풀은 시골 어디에서도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에 시골이나 벽지란 의미가 있으며, 주민은 주요도시에 사는 사람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시골이나 벽지 등 아주 외진 곳에 사는 주민 하나하나도 소중하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1952년부터 지방자치가 실시되었으며, 특히 제2공화국 시기에는 전면적으로 실시되다가 5·16군사정변으로 중단되었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하고 1995년부터 지방자치 단체장까지 확대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새누리당이 이번 4.24 재보궐 선거에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해서는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당내의 일부반발이 있었지만 지난 대선에서 공약한 것을 지키려고 애쓰는 것에 우선 환영을 표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미국과는 다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천권이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단체장들은 국회의원에게 줄을 서야하고 일부에서는 돈 공천이 성행하는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기초의원의 경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정당공천=당선이라는 현재의 선거구도에서 기초의원들은 현대판 노예제도로 불릴 만큼 지구당(당협)위원장에게 예속되어 말로는 주민의 머슴이라고 외치지만 실제로는 지구당의 잔심부름꾼으로 전락하고, 심지어는 의장선거에도 의원들의 대표성이 있는 인물보다는 지구당의 당명에 따라 투표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러 몇 달씩 의회의 원 구성조차 못하는 기초의회가 발생해 주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내년 6월엔 지방자치 선거가 또 다가온다. 기초단체나 기초의회는 폐지하는 것이 오히려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지만 우리 정치권은 주민보다는 자기들 편의에 맞게 선거법을 개정하려 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최고의 정적(政敵)이다. 비록 국회의원들의 손에 의해 공천이 주어지지만 세월이 흐르면 자기들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할 형편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단체장들이 무소속으로 당선된다면 공천에 대한 빚이 없는 단체장들은 국회의원에게 휘둘릴 일이 없어져 더욱 막강해지기 때문에 법을 만들고 없앨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단체장을 무공천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한다는 것은 그리 수월해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기초의원들이라도 소선구제로 바뀌면 진정한 주민의 머슴이 탄생되길 기대해본다지만 이마저 중대선거구로 선거를 치러 겉만 살짝 바뀔 뿐이지 속내는 그대로라면 풀뿌리민주주의는 그 뿌리부터 썩어가 주변의 나무에까지 영향을 주어 결국 주민모두에게 해(害)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변화에 민감하고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앞으로의 정치를 리드하는 사람이다. 안철수현상은 사그라진 것이 아니라 늘 국민의 마음속에 잠복해 있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민생법안을 만들기 보다는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 바쁜 시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에 큰 기대는 안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관심사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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