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4. 09.
잘 늙는다는 것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떻게 하면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잘 늙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사람이니 당연히 나이가 점점 들어가고 세월의 흐름에 더해 주름살의 굵기도 커지며 이곳저곳 조금씩 고장이 나기 시작해서 그렇겠지만 또래 쯤 되어 보이는 장차관이나 선출직 공직자들의 지나친 행태를 보면서 그런 마음이 더 깊어진다.
돈을 버는 사업가들도 아닌데 명예를 중시해야할 공직자들이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방법으로 부를 축적해서 청문회를 넘기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청문회는 용케 넘겼지만 저런 사람들이 과연 소신껏 일 할 수 있을까 염려되는 사람들, 청문회를 이끄는 국회의원들은 과연 남을 비판하고 끌어내릴 자격은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잘 늙어야한다는 다짐을 두 번 세 번 되새기기도 한다.
필자는 청년시절부터 교육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돈이라는 것은 많아질수록 멀리 달아나지만 교육, 즉 공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머리와 가슴속에 뭔가가 가득 들어있다는 것을 터득했기에 뭐든 읽고 보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십년 이상 신문을 만들며 좌우중심을 잘 잡아 사물을 보고 글을 쓰려고 노력했고, 대학에서 후학을 지도하면서 한결같은 말로 “공부만이 살길”이라고 주창하면서, 50이 훌쩍 넘긴 요즘은 “내가 서있는 현주소와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지”를 곱씹으며 잘 늙어가는 것이 자식들에게 수억 원을 남겨주는 것보다 훨씬 값진 유산을 주는 것이라 다짐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성북신문 발행인 시절에는 신문사 명함 들고 다니며 폼만 잡았던 것 같고, 그나마 시사프리신문을 발행하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끝없는 성찰 덕분에 주변사람들로부터 그래도 바른말하는 사람이라는 평을 들으며 현재를 살고 있다고 자평한다.
시사프리 신문이 지령(紙齡) 300호를 맞았다. 6년 넘게 쉬지 않고 괴발개발 글을 써온 덕에 나름 내면의 중심도 잡혔고, 신문사 경영을 위해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니지 않을 정도의 경영 노하우도 축적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그간은 스스로를 깊게 둘러볼 시간이 없었지만 이제부터는 잘 늙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신문사도 경영하고 후학을 지도하려고 한다.
스스로 잘 늙어간다고 평하려면 누구보다 진솔해야 하고, 내가 만드는 신문은 물론 늘 바른 말과 행동으로 독자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300호면 아마 글이 300개는 될 것 같은데 매주 그 글을 어떻게 썼는지 기억도 아련하다. 나름 글을 쓰면서 남을 비판하더라도 상대의 마음은 건드리지 말자는 소신으로 임했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할 말은 꼭 하는 신문을 만들려고 한다. 언제까지 신문을 만들고 대학 강의를 할지 모르지만 무엇을 하더라도 잘 늙는 모습을 주변에 보이고 싶은데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이다.
매일을 반성하면서 내일을 차분히 준비하는 삶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이런 삶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일깨우는 것이 필자가 자식들에게 주는 오직 한 가지 교훈이다. 비록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아빠를 따르고 이해해주는 딸과 아들이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