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4. 23.
7급 공무원과 ‘썩은 떡밥’
최근 부산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법적 대응능력 강화와 전문성 향상 등 급변하는 행정수요에 대응할 인력 확보를 위해 변호사, 공인회계사 자격증소지자를 7급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경력경쟁 임용시험’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변호사를 7급으로 채용한다고 하자 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7급 공무원은 변호사 자격증씩이나 필요한 자리가 아니다", "\'썩은 떡밥\'을 무는 지원자는 신상을 털어야 한다."며 합격하면 평생 비난거리가 될 것이라는 로스쿨 생들의 원색적인 댓글이 이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거기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지방 로스쿨 출신은 1년 동안 회원으로 받아주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해 밥그릇 싸움이라는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로스쿨 생들이 이렇게 민감해진 이유는 취업난 때문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로스쿨 1기 졸업생의 취업률은 81.7%에 불과하다보니 그 어려운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변호사들이 7급 공무원도 마다하지 않고 7급 한명 뽑는데 수 십 명이 지원하면 언론에 지나치게 오르내려 로스쿨 생들의 자존심에 금이 가기 때문에 지원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7급 공무원 시험을 치르기 위해 고시학원을 전전하는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는 행동이다. 7급 공무원 시험의 경우 보통 경쟁률이 383대 1이라고 전해지고, 5급 고시 7급 고시로 불릴 만큼 합격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이를 두고 \'썩은 떡밥\'이라면 7급 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있는 분들이나 7급 고시를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행태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에는 거의 고문변호사들이 있다. 그런데도 부산시가 로스쿨졸업생을 7급으로 특채하려 한 것은 타 자지단체에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지방 로스쿨 생들의 취업난 해소를 돕기 위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로스쿨 생들은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현재 조금은 취업이 어렵다고 해도 각자에 맞는 자리가 생길 것이다. 따라서 7급 공무원 채용은 공무원 의사자 가족을 뽑는 편이 훨씬 나아 보인다.
화재 현장에서 사상자를 구하려다 사망하는 소방관의 가족이나, 범인생포나 인명을 구조하다가 참변을 당하는 경찰 가족, 우리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다가 순직하는 군인 가족을 7급 공무원으로 특채한다고 했으면 박수라도 받았을 것이다.
비록 부산시가 좋은 의도로 7급 공무원 특채를 기획했겠지만 ‘썩은 떡밥’이라고 까지 표현하며 당사자들이 싫다고 하는데 굳이 이를 강행할 필요가 있는지 궁금하다.
떡밥은 말 그대로 고기를 잡기 위한 미끼다. 그러나 그 떡밥이 썩으면 물이 오염되어 심각한 환경오염의 근원이 된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7급 공무원 채용을 ‘썩은 떡밥’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무리 봐도 지나친 표현이다.
9급에서 7급 올라가려면 10여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로스쿨졸업생이라 해도 갑자기 7급 특채로 들어오면 직원간의 인화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한 행정이다.
어쨌든 ‘썩은 떡밥’을 과감히 물 지원자가 과연 있을지 여부, 이를 두고 공무원 노조나 7급 시험 준비생들이 얼마나 반발할지 여부 등 그 귀추가 주목되는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