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6. 12.
똠방각하와 완장병
똠방각하란 최기인의 소설 제목에서 유래해 90년대 초반 드라마로 각색되어 무능력하지만 마치 자기가 무슨 큰 능력이나 있는 것처럼 행세하다 시쳇말로 ‘왕따’ 당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똠방의 원래 뜻은 \'톰방거리고 쏘다닌다\'에서 온 말로 실속 없이 덜렁거리고 다니거나 아무데고 아는 체하고 나대며, 머리보다 몸이 앞서는 사람의 행동거지를 일컫는 말이다.
완장은 신분이나 지위 따위를 나타내기 위해 팔에 두르는 표장이다. 이 완장이란 말 역시 축구선수들의 주장완장이나 보도를 뜻하는 완장이외에는 그리 좋은 말로 쓰이지 않는듯하다.
일제강점기의 순사완장이나 북한군이 남한을 침범했을 때의 빨간완장, 그리고 팔뚝에 완장만 차지 않았을 뿐 갑자기 정권을 잡고 나서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완장병을 겪어본 우리나라 사람들은 완장이란 단어만 봐도 혀를 내두르고 고개를 젓게 된다.
똠방에게 완장을 채워주면 바로 엄청난 권력을 지닌 각하가 된다. 똠방은 완장을 차고 각하가 되자마자 그동안 억눌려왔던 설움을 쏟아내듯 곳곳을 찾아다니며 그 위세를 뽐낸다. 누가 몰라주면 왼쪽에 찬 완장을 툭툭 치면서 자기가 누구라는 걸 과시하며 천방지축 날뛰어 대는 것이다.
시대가 흘렀음에도 우리 사회는 아직도 곳곳에서 똠방각하들이 완장을 차고 날뛰고 있다. 물론 자기가 완장병에 걸린 것을 알리가 없는 똠방들은 자기만의 정의를 앞세워 자기가 하는 말이나 욕설, 그리고 멱살잡이에 주먹질은 늘 정의롭다고 생각하니 안하무인에 천방지축인 것이다.
지금이야 조금 나아졌다지만 대통령 주변에는 항상 완장들이 득세했다. 대통령보다는 완장을 찬 사람에게 잘 보여야 출세했으니 그 세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히 짐작이 간다. 다행히 박근혜대통령은 완장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보여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방자치가 시작되자 곳곳에서 완장을 찬 똠방각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곳저곳에서 사고를 친다. 아직도 시의원이나 구의원이 되기 전의 똠방인줄 알고 자기를 몰라주는 공무원들에게 완장을 찬 똠방각하의 위력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도가 넘는 것은 명약관화다. 사람들이 슬슬 피하기 시작하고 의원님! 의원님! 하니까 자기의 위세가 대단함을 오판하며 으쓱대다가 결국 사고를 치는 것이다.
똠방들은 자기에게 완장을 채워주는 국회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에게는 머리를 한 없이 조아림은 물론이다. 상머슴이 따로 없어 보일만큼 충성경쟁을 한다. 주민이 보기에는 측은하고 안쓰럽지만 똠방들은 주인에게 잠깐 머리 숙이고 몇 배의 희열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볼라치면 현대판 똠방각하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해 씁쓸하기 그지없다.
지금이 일제강점기도 아니고 북한군이 점령한 때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사방에서 완장을 찬 똠방들이 날뛰는 지, 우리 국민은 그저 고개 돌리고 혀를 차면서 이런 모습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지, 이런 제도를 도입한 정치인들과 이들을 공천한 국회의원들에게 따져 묻고 싶다.
완장 떼어두고 다니며 열심히 일하는 단체장이나 광역의원 기초의원들도 많다는 것도 안다.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람인지 모르고 공천을 한 실수였다는 말에 약간의 동의도 표한다. 그러나 현재의 지방자치제도는 아무리 봐도 너무 심하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도 이 정도는 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큰 완장을 두르고 심부름 시킬 작은 완장을 찬 똠방들이 필요해서가 아니라면 전반적인 제도의 틀을 바꾸라. 계속 이런 식이면 당신들도 또 다른 똠방각하로 취급당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