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6. 12.


청년실업 시대, 노숙인 자립에만 힘쓰는 서울시?

 

 

김가영 기자

 

노숙인 20명이 열흘간 조선호텔에서 호텔리어 교육을 받고 수료식을 거쳐 정식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조선호텔과 ‘노숙인 자활,자립 지원 MOU’를 체결했다. 이번 교육과 채용은 이 후속조치로 지난 5월 20일부터 2주간 ‘희망 호텔리어 스쿨 교육’이 진행됐으며, 참여 대상자는 성동구 노숙인 자활보호 시설인 게스트하우스와 모자쉼터, 저소등시민 중 선발됐다. 업무 협약에 따라 서울시와 조선호텔은 노숙인 복지시설 생활환경 개선, 노숙인 일자리 지원, 사회복귀를 위한 자활프로그램 발굴 등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그간 노숙인 시설에 대해 민간기업의 단편적인 기부는 있었지만 이렇게 호텔에서 적지 않은 규모로 채용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박원순 시장은 앞으로도 뜻있는 민간기업과 함께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노숙인 등 저소득 시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겠다며 조선호텔과의 협력을 통한 사례가 모범 사례가 될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노숙인 및 저소득 시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자는 의도는 좋지만, 청년실업 100만 시대에 다소 놀라운 정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외에도 서울시에서는 낮은 위치의 사람들이 스마트해져야 사회가 정말 스마트해지는 것이라며 노숙인에게 스마트폰을 제공하는 등 스마트폰 교육 또한 실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그들의 자립의지를 높이거나 직업마련에 실질적인 디딤돌이 되지는 못하기에, 많은 비판을 받았었다. 그에 이어 이번 호텔리어 교육 정책. 특히나 이번 정책안은 ‘실업’이라는 예민한 사안을 안고 있는 만큼, 그 반발이 더 거셀 것이라 예상된다.
 노숙인들의 자립-자활 지원 강화를 위한 정책마련도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노숙자에게 스마트폰을 무료로 지급하는 등 그들을 위한 일자리 마련에만 급급한 정책들을 보며 정책 우선순위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청년 실업 100만시대. 많은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스펙을 갈고닦으며 하루하루를 바삐 살고 있다. 하지만 노숙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회를 준다면, 그 직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너무 불합리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직업의 귀천의 문제가 아니라 그 직업이 호텔리어든 공무원이든 잡역부이든, 모든 직업은 공정한 과정을 걸쳐 선발되어야 역차별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이번 정책은 약간 성급한 판단이 아니었나 싶다. 공정한 과정을 걸쳐 선발되어도 모자랄 판에 마치 할당제라도 해주듯 계약을 통해 노숙인들에게만 직업 할당을 해 준다면 그 직업의 귀천을 떠나 역차별의 문제성이 제기될 수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즈음 노숙인들을 돕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보다 실질적이고 중요한 사안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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