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6. 19.
대화와 협상 그리고 통합
대화(對話)는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으로 일방적인 주장이나 발표와는 사뭇 다르다. 특히 국가 간의 중요한 대화테이블은 큰 거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말도 잘해야 하지만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경색됐던 남북이 북한의 대화 제의로 물꼬를 트는가 싶더니 서로 쌍방의 격(格)을 따지며 결렬됐다. 당국 간의 대화였으니 서로 격이 맞아야 하겠지만 개성공단에 상당한 물품과 기계를 두고 내려온 사업자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이번 북한의 전격 대화제의는 그 저의에 중국의 입김이 있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제의했으니 무슨 트집이든 잡아야 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입장과 그들의 전략전술을 파악해서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은 북한에 양보해 우리 정부가 얻을 것은 얻고 줄 것은 주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는 결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거스를 수 없는 책무가 있다. 비록 일부 국민이기는 하지만 개성공단에 공장을 짓고 상당한 금액을 투자한 사업주들은 우리정부를 믿은 것이지 북한을 믿은 것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저들의 격을 따지는 뻔한 전술을 역이용해 우리국민의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했어야 하는 것이다.
국가 간의 격(格)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정상적인 국가 간의 협상에서나 따질 일이다. 알다시피 남북한은 특수 관계다. 우리나 세계가 아는 북한은 생트집과 공갈협박에 능수능란한 집단이다. 그런 특수집단과의 대화나 협상에 격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 하다. 저들이 요구하는 대화의 급에 맞추어준다고 세계가 우릴 얕잡아보거나, 저들이 협상테이블에 앉아 거만을 떤다고 해서 우리 국민의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건달수법을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단지 거기에 맞게 대응해주며 정부의 목표인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인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는 항상 대립이다. 여야는 대화나 협상보다는 늘 으르렁거리면서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자기들 말만 해댄다. 우리 국민은 사실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말에 지친다. 국민이 정치에 등을 돌리는 것도 모르고 주구장창 자기들 주장만 펼쳐대니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17일에는 국민대통합위원회라는 것이 대통령직속 자문기관으로 출범했다. 얼마나 국민이 통합을 안 하기에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대통령직속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지 국민입장에서 보면 갸우뚱하다. 위원회 출범은 아마 전라도 출신이니 경상도 출신이니 하는 지역 색을 없애 결국 고른 인재 등용으로 탕평을 이루어 보겠다는 뜻 같은데 일회성 기구로 보여 그리 신통치 않아 보이고, 국민대통합위원회라기보다는 정치대통합위원회라고 해야 옳을 것 같은데 여하튼 어떤 일을 어떻게 펴 나갈지 기대는 해본다.
대화나 협상, 그리고 통합은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끼리 대화를 하는데 속내를 숨기고 서로 자기 것만 챙기려 하면 그 대화나 협상은 시작도 하기 전에 물 건너간 사안이다. 국민 통합을 하겠다고 영호남 위주로 통합위원회를 만드는 것보다는 청와대 인사 한사람이라도 진정성 있고 수긍이 가게 하는 것이 국민에게 진심을 전하는 길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영호남 통합보다는 상호 간의 믿음에 대한 진정성 회복, 그리고 인사를 포함한 각종 행정행위에 대해 수긍을 하지 않는 사회분위기를 바로 잡는 일이 급선무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