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6. 26.
골목길에 발길을 멈추게 하는 ‘작은 무릉도원’!!
강북구, 삭막한 도심 속 이웃 간의 정을 꽃피우는 열린정원 공개
“아침에 마당에 나오면 동네 주민분들이 꽃이랑 화분, 거름까지 가져다 놓으셔서 죄송하고 또 감사해요. 이웃들과 함께 나눈다는 의미를 요즘 많이 느끼고 있어요.”
수유동에서 형형색색의 꽃들과 나무들로 가득 차 지나가는 주민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주택, 일명 ‘소나무집’을 가꾸며 넓은 밀짚모자 사이로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김희경’씨(32세)의 말이다.
화려한 장미꽃과 덩굴로 채워진 정원입구를 들어서면 소나무, 포도나무, 앵두나무, 철쭉 등 10여 가지 나무와 봉숭아, 나팔꽃, 패랭이 등 초화 15종, 오이, 호박 모종식물 2종까지 자연을 옮겨놓은 듯한 그림이 펼쳐진다.
“3년 전 집을 구매할 당시 이미 전 주인이 담장을 없애고 주차장을 만들었더라고요 집을 어떻게 아름답게 가꿀지 고민 하다가 대문을 허물 용기가 생겼어요.” 원예 가꾸기에 관심이 많던 김씨는 북촌이나 일산 등 정원을 개방해서 아기자기한 주택을 만든 사례를 조사해 대문을 허물고 열린 정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김씨는 매년 거름과 농약, 기타 식재에 필요한 물품구매에 30만원 안팎의 관리비가 소요되지만 큰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열린 공간이다 보니 방범에 취약해 걱정이 들만도 하지만, 대문이 없고 시야가 확보돼 오히려 더욱 안전하다고 말한다.
“제가 마당에 나와 있으면 동네분들이 꽃은 어떻게 가꾸고 나무가 병들었을 땐 어떻게 해야 하냐며 원예상담을 하러 많이 들어오세요. 이런 저런 얘기 나누다 보면 새로운 정보도 교환할 수 있고 이웃 간에 정도 나누고 신뢰도 쌓이더라고요”
특별히 힘든 점은 없지만 손이 많이 가는 탓에 부지런하지 않으면 정원을 가꾸는 게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는 정원을 가꾸면서 가족들이 더 화목해졌다고 한다.
“초등학생 아들이 엄마 대신 가끔씩 정원에 물을 주는데 이건 이름이 뭐야, 저건 언제 꽃이 피는 거야? 하면서 궁금한 게 많아졌어요. 가족 간에 자연스레 대화가 늘어나면서 더 가까워진 계기가 된 셈이죠.”
이 날은 강북구의 한 어린이집 원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꽃과 나무들을 보러 정원을 찾았다. 도심 속 정원이 부족한 탓인지 무더운 날씨에도 아이들은 이것저것 만져보고 향기도 맡아보며 정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가끔 주변 어린이집에서 정원을 구경하러 와요. 신기하고 재밌어 하는 아이들의 표정 속에서 이런 정원들이 많이 생기면 교육효과는 물론 인성개발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그녀의 솔선수범과 주민들의 부러움 때문인지 건너편 무단투기지역도 깔끔한 화단으로 바뀌었다.
소나무 집 맞은 편 주택은 그 동안 각 종 쓰레기와 재활용품으로 가득했지만, 쓰레기장이 맨드라미, 다알리아, 백일홍을 비롯해 앵두나무, 매실나무로 가득한 화단으로 조성돼 쓰레기로 인한 악취와 미관을 해치는 불편을 덜게 됐다.
강북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씨는 살고 있는 열린 정원만큼이나 마음 씀씀이도 넉넉하다. 자영업을 하며 거둬들인 수익의 일부를 강북구세군 종합사회 복지관, Save the children, Sos 어린이마을에 후원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강북구 꿈나무 키움 장학재단에도 일정액을 후원할 예정이란다.
김씨는 “강북구에 이런 열린 정원들이 많아져서 동네 곳곳이 아름다운 주택으로 채워졌으면 좋겠고 이웃 간에 정을 꽃 피울 수 있는 통로가 되었으면 합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