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7. 03.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국회의원, 남자라면 한번 해볼 만한 직업이다. 물론 요즘은 여자들도 상당수 국회에 진출해 한몫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자들이 중요 자리를 차지하고 이런 저런 자리에서 상석에 앉아 군림하고 있으니 그 자리에 가려고 생난리들을 치는 것이다.
그런 국회의원들이 요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라는 것을 하는가보다. 국회의원 겸직과 영리업무 원칙적 금지, 국회 회의 방해죄 신설,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 지원금 개선 등등이 법사위를 통과한 것을 보면 뭔가 한 가지는 내려놓을 듯하다.
국회의원들이 갑자기 특권을 내려논다고 해서 이게 무슨 일인가 궁금해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이는 바른사회시민회의라는 시민단체에서 국회의원 특권 줄이기를 계속 주장하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법사위를 통과했지만 정작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하다고 하니 지켜봐야 할 일이다.
국회의원들은 면책특권이나 불체포 특권 이외에도 국회의원회관 45평 개인 사무실과 10여명의 보좌진, 연봉 1억 5천만 원과 입법활동비 연간 4741만 원, 정치자금 모금 가능(선거 때는 2배 가능), 겸직 가능, 장관급 의전, 연 2회 이상 해외 시찰 지원, 의원실 경비 지원 5천만 원, 주유비 월 110만 원 지원, 간식비 600만 원 지원 등등의 눈에 보이는 특권을 포함해 200여 가지의 특권이 있다고 한다.
또한 공항에 나가도 줄 설 필요가 없고 65세가 넘으면 헌정회를 통해 소정의 지원금까지 받으니 한번 해본 사람은 그 맛을 알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국회의원에 당선되려고 애쓴다. 그런 사람들이 등이 떠밀리든 스스로 택했건 간에 한 가지라도 내려놓겠다고 나섰다니 본회의 통과여부를 떠나 가상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국회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삼권분립에 의거 입법을 하는 중요기관이며 국민이 직접 정치를 할 수 없어서 대의(代議) 민주주의, 즉 간접민주주의를 택해 국민의 대표를 선정해 행정부를 감시 감독함은 물론 국민의 삶에 꼭 필요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런 중요한 일을 하는 국회의원은 각자가 헌법 기관이며 우리 국민 중에 그래도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진출하는 곳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부여되는 갖가지 특권은 국민이 주는 특권으로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국민을 대리해서 나랏일을 보게 했으니 어느 만큼의 특권을 보장해서 대통령과 정부가 함부로 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국회의원 뱃지만 달면 사람이 바뀌는 모양이다. 어디 국회의원 뿐이겠는가 시의원에 구의원들까지 그놈의 뱃지만 달면 으스대는 형국이니 국회의원만 딱히 나무랄 일도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 특권 몇 개를 내려놓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자기들이 봐도 특권이 지나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결과로 보여 실소를 금치 못한다.
아무튼 국회의원에게서 특권을 뺏거나 그들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는 상황까지 간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현재의 국회가 조금 무능하고 지나치다고 해서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줄여나가면 후세에 누가 국회의원을 하려 하겠는가? 따라서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줄이기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양심 회복, 국민이 맡긴 일에 대한 진정성 있는 마음가짐, 국가에 대한 충심을 가진다면 굳이 특권을 내려놓을 일이 아니라 더 강화된 특권을 주는 것이 옳은 일이다.
조금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제도를 없애거나 이것저것 빼앗아 가버리면 그나마 하던 일도 안 하고 나랏일이 걱정되기도 해서 하는 말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계속되어야 하며 민주주의를 채택한 이상 국회는 존재시켜야 하기 때문이지 그들이 좋아서 하는 말이 아님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