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7. 10.
인생은 마라톤
필자는 지난 달 2일 하프마라톤에 도전해 2시간 12분대에 완주했다. 마라톤에 처음 도전하다보니 사실 처음에는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지만 상암동 경기장에 모여든 수많은 마라톤 마니아들을 만나보니 저절로 힘이 나서 무사히 완주한 것이다.
마라톤은 원래 42.195km가 정식코스다. 그러나 너무 장거리이기 때문에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완주하기가 그리 녹녹치 않다. 그래서 아마 주최 측이 하프코스, 10km, 5km 코스를 만들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각자의 체력에 맞는 거리를 선택해서 건강증진 혹은 각자의 체력테스트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는 평소 조금씩 연습을 했기 때문에 하프 정도는 쉽게 생각했으나 20km지점에서부터 골인 지점까지는 왼쪽 발에 쥐가 나서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해서 겨우 완주했다. 너무 힘이 들어 그 당시에는 다시는 마라톤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했는데 일단 골인하고 사진 찍은 후 다시 생각하니 기왕 시작한 것 42.195km 완주는 꼭 한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필자는 사실 마라톤은 꿈도 꾸지 못했다. 나이도 문제려니와 4시간 이상을 뛰어야하는 체력적인 부담을 이겨낼 자신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 해 겨울 우연한 기회에 고대병원 임도선 선생을 만나 대화 도중 마라톤을 권유받았다. 고대병원에서 의료봉사를 하는데 마라톤을 하면서 후원금을 모아 오지의 환자들에게 의료지원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필자는 성격상 앞뒤 안 가리고 일단 오케이를 했다. 덜컥 승낙을 해놓고 보니 사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일단 약속을 했으니 꼭 지켜야하고, 아니 꼭 해보고도 싶어 겨울 내내 매주 10km씩 한강변을 뛰었다.
처음에는 바람이 차서 너무 춥고, 한번 뛰면 며칠씩 후유증이 있었지만 한 달여를 뛰니 서서히 몸이 풀리기 시작하고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기 시작해 결국 하프마라톤에 도전해 성공한 것이다.
하프코스를 뛰면서 어쩌면 마라톤은 우리네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km지점은 아무것도 모르고 천방지축 하던 10대의 삶처럼 아무생각 없이 앞 사람만 따라가고, 10km지점부터는 20대부터 30대까지의 열정적인 삶처럼 속도를 내다가 지치고, 20km지점부터는 40세부터 시작되는 인생의 절정기처럼 몸이 풀려 저절로 뛰다가 골인 지점이 다가올수록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이 꼭 우리네 인생사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요즘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이나 정치권의 NLL공방 등을 보면서 정치하는 사람들도 꼭 마라톤을 한 번 뛰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들도 어쩌면 5km지점에 있을지 모르고, 조금 더 간 사람은 골인 지점에서 안간힘을 다해 완주해보려 하지만 생각만 있을 뿐 도무지 발이 움직이지 않는 형국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직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보통 30년에서 40년을 공직 생활을 한다. 마치 마라톤처럼 길고긴 여정에 뭘 그리 서두르다 혼자만 기권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지치게 만드는지 안타깝다.
마라톤은 혼자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주변에 응원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정치나 공직도 마찬가지다. 혼자인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고 있고 의외로 그들을 지켜보는 눈이 많은 것이다.
마라톤은 서두르거나 오버하면 분명 기권할 수밖에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서둘러서 될 일도 있겠지만 공복(公僕)은 주어진 자리에서 맡은바 일을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공직자들이 정치인들의 꽁무니를 무작정 따르다가는 필시 중도하차다. 빨리 가면 그만큼 빨리 지친다는 진리를 마라톤에서 배워보라. 조금 늦는다고 창피해할 것이 아니라 요리조리 좋은 자리 찾아 헤매다 결국 길을 잃고 나가떨어지는 사람들을 기억하라. 인생은 그리 길지도 않지만 절대 짧지도 않다. 정도를 가는 사람에게 기회는 꼭 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은 시절이다. 이런 진리를 필자에게 알려준 임도선 선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