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7. 11.
취임 3주년 맞은 김영배 성북구청장
동네의 반란, 성북의 살맛나는 바람 일으키다!!
마을기업 현장을 찾아 담소하는 김영배 구청장
“사람들의 생활 터전인 동네 혹은 마을에서의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변화와 문제 해결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출발이라고 생각” 한다며 “동네를 보면 현재 우리 국가의 모습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시대적 고민이 담겨져 있으므로 주민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구민과 구청이 서로 협력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평가하고, 개선해 나가겠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동네가 곧 국가라고 주장하며 하는 말이다.
김영배 구청장이 성부구청장으로 취임한 후 성북구는 가사회적경제 제품 우선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조례, 친환경무상급식, 인권영향평가 그리고 성북형 공적 돌봄체계에 구정운영의 중심을 두었다.
국가의 거대한 의사결정이 동네를 결정하던 것이 이제는 거꾸로 동네의 문제를 풀어감으로써 국가의 문제를 풀어 가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자기가 살아가는 단위인 마을과 동네에서 생활공동체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살아가는 자신의 생활근거지로부터 그야말로 아래로부터의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대로 가야 한다는 패러다임 전환이다. 때문에 서울시의 한 지자체에 불과한 성북구의 실험과 여정이 타 지자체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여러모로 유의미하다.
지난 4월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동네 안에 국가 있다’를 출간하고 작은 동네의 변화가 국민의 삶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상적인 삶터에 대한 존중을 통해 혁신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성북구의 여정을 살펴보자.
대한민국 보편적 복지의 불씨가 되다 - 친환경 무상급식
알다시피 성북구는 서울시에서 전국 최초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이 이제는 일반명사가 되어 버렸지만 이런 변화 이면에는 무수한 정치적 변화가 있었다. 친환경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거쳐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이 바뀌었고, 지난 대선에서는 무상보육이라는 공약이 등장할 정도로 보편적 복지에 대한 공약 대결의 중요한 단초가 되었다.
현재 성북구는 무상급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친환경 쌀과 김치에 이어 새로운 식재료개선프로젝트로 ‘학교수산물 공동구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성북구는 8개월간 수산물의 품질, 배송, 안전성, 안정적 가격 확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고 서울시 학교보건진흥원의 예시 단가의 20%이상 급식예산을 절감하는 등 기존보다 높은 품질의 수산물을 저렴하게 공급받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그동안 식품규격에 대한 많은 연구사례가 있었지만 학교납품에 필요한 표준규격화 작업은 급식사상 유례없는 일이며 품질, 배송, 안전성, 가격 등을 확보하는 체계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성북구는 4월 30일 구청 성북아트홀에서 ‘학교급식 수산물 표준 규격 설정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학교급식관계자들과 그 결과를 공유했다.
중요한 것은 주민, 관계자, 그리고 구청이 협동해서 진행한다는 것이다. 친환경 쌀과 김치의 품평회는 학교 관계자는 물론 학부모 그리고 급식의 주체인 학생까지 참여했다. 수산물 공동구매 역시 그렇다. 아이들에게 더욱 안전하고 신선한 무상급식을 제공하자는 목표아래 많은 관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 문제를 하나씩 개선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친환경무상급식은 성북구민이 직접 뽑는, 참 좋은 정책 1위에 3년 동안 선정되기도 했다.
이 사례에 대해 김수현 세종대 교수(전 환경부 차관)는 “우리 사회에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을 만들었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구체적 사례로 촉발시킨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지방정부에서 첫 공적 돌봄체계 구축 - 성북형 공적 돌봄체계
가족 구조가 약화되고 맞벌이 부부가 증가함에 따라 변변한 돌봄 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아이 역시 증가하고 있지만 그동안 방과후 돌봄서비스는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지방자치단체가 분절적으로 추진하면서 중복서비스와 함께 사각지대가 발생해 학부모의 혼선 및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러한 문제는 성북구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했다. 성북구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관내 80여개 시설에 걸쳐있는 돌봄서비스의 중복과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저소득층 아동뿐만 아니라 일반아동까지 포함하는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아동돌봄체계 구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권역별 방과후 돌봄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현재 구립 방과후 돌봄센터를 3개소가 건립되었으며, 이들 돌봄센터의 허브기능을 할 성북아동청소년센터가 5월 3일에 키즈카페, 도서관, 드림스타트센터, 교육복지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기능을 담아 지하1층, 지상 4층 총면적 1,097㎡ 규모로 정릉2동에서 개관했다.
성북아동청소년센터는 아이돌봄 관련 시설과의 연계협력을 통해 위기에 놓여 보호가 필요한 아동청소년의 통합사례관리를 진행하고 아동청소년 관련 종합정보도 제공한다. 또한 어린이의회, 청소년의회를 상설 운영하고 아동권리 모니터링과 아동청소년 인권 침해 신고센터 운영은 물론 위기청소년에 대한 상담 및 미술치료, 놀이치료, 인터넷 중독 상담치료도 함께 진행한다.
이 공간은 중부수도사업소에서 사용하던 2층 규모의 폐가압장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도시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그동안 별다른 공공시설이 없던 정릉지역에 아동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종합복지시설을 설립함으로써, 인근 주민들의 복지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되는 등 저비용 고효율의 우수행정사례로써 말이다.
성북구의 공적 방과후 돌봄체계를 모델로 최근 국회에서는 방과 후 아동청소년 돌봄 법안이 마련되었다.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의원이 성북구 아동돌봄체계 모델을 기초로 ‘방과 후 아동·청소년돌봄법’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이 법안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방과후 돌봄위원회와 돌봄지원센터를 설치해 아동·청소년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체계적으로 구축하자는 내용이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지난 국회에서 3월 12일에 있었던 ‘방과 후 아동·청소년돌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초청을 받아 성북구의 돌봄센터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 네트워크를 지방정부와 교육청이 양자가 책임을 지는 공적 돌봄체계 구축을 역설했다.
중앙정부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방과 후 돌봄체계를 지방정부에서 해결하고자 한 노력이 국회의원들의 공감을 사고 또 한번 국가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북구가 전국 지자체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공적 방과후 돌봄체계 구축은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부모와 입시에 짓눌린 채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이 직면한 문제를 함께 개선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사람과 마을의 관계망 형성을 통한 위험사회 극복 - 사회적경제활성화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왔지만 OECD 국가 중 행복지수는 34개국 중 3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사회적양극화, 저성장·고실업, 공동체 해체에 대해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어 상시적 위험사회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결국 위험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마을의 관계망 형성을 통한 공동체 회복이 그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성북구는 주민역량 제고를 통한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동체 재생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이를 위해 성북구는 고용 없는 성장, 사회적 양극화 같은 문제를 해소하는 대안으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같은 사회적경제를 주목했다.
성북구 종암동의 “성북 어린이돌봄 협동조합”은 작년 서울형 마을기업에 선정되어 공간지원 사업비 1억을 지원받은 협동조합형 마을기업으로 돌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에 진행된 개관식에는 마을주민들이 냉장고, 선풍기, 쌀, 현판 등 십시일반으로 후원의 손길을 모아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거드는 현장을 만들었다.
이렇듯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되면 주민들은 수혜 받는 대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경제에 조합원 등으로 직접 참여함으로써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변화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 정책을 펼쳐 나가는 데 있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판로개척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최소화하여 시장형성을 지원해야 한다. 즉, 공공기관의 사회적경제 제품 우선구매를 통한 시장의 확대, 사회책임조달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사회적기업 재원의 90%가 공공기관으로부터 발생하며, 영국은 공공기관이 제품을 구매할 때 사회적가치를 반영한 기업 제품을 우선구매하는 사회적 가치법(Public Services (Social Value) Act 2012)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04년 이후 사회책임조달 원칙을 제정했고 2006년 이후에는 공공구매의 낙찰기준을 가격을 따지는 최저가 낙찰에서 사회적 가치를 염두에 두는 최고 가치 낙찰로 전환했다.
성북구는 2012년 7월 공공조달부문에서 사회적경제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성북구 사회적경제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 대상은 사회적기업, 사회적 협동조합이나 자활기업, 마을 기업 등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모든 기업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의 시장형성을 위한 조례 제정에도 불구하고, 상위법령이 부재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제약이 많다. 우선구매 관련법령이 있는 녹색제품이나 장애인 생산제품과 경합할 경우나 2,000만 원 이상 구매계약 시에는 조례를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북구의 장수마을의 집수리 마을기업인 동네목수를 육성하기 위해 휴먼타운이나 마을만들기 공사일부를 맡기고 싶어도 2,000만원의 수의계약을 범위를 넘어설 경우 맡길 수가 없는 상태이다.
성북구는 앞으로 다양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협동조합의 가장 큰 특징인 협동조합간 협동을 통해 규모가 커질 경우에 대비하여 사회책임조달 개념이 계약법령에 도입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인권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성북구 인권영향평가
최근 인권 관련 교수, 인권단체 대표, 국가인권위원 및 지자체 공무원 등 전국의 인권전문가 30여명이 성북구청에서 모여 제4회 인권도시포럼을 개최하고, ‘성북구의 인권영향평가와 지방행정’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성북구는 전국 최초로 주요 공공사업에 대해 주민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 점검하는 인권영향평가 제도를 의무화하는 한편, 안암동 복합청사의 신축 전 과정에 대한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함으로써 인권이 지향하는 가치를 담아 주목받고 있다.
안암복합청사는 신축 초기 단계에서 친환경성, 인권약자의 접근성 등 이용편의성, 업체의 노동법 준수 여부, 주민소통 및 이용자의 인권증진, 문화욕구 충족 등 인권에 대한 기본개념을 제시하여 기본 설계에 반영했다. 건축설계 공모시 인권적 설계경기지침서를 제시하고, 설계경기심사위원회 구성시 인권분야 심사위원을 선정하여 설계안에 대한 인권적 평가 등을 반영하여 심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1층에 기존의 행정 사무·동장실이 아닌 ‘주민커뮤니센터’를 둠으로써 열린·소통의 공간으로 배치했다. 총 6층 중 2층을 제외하고는 복합청사로서 주민의 문화욕구 충족하고 주민 참여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마을모임, 작은도서관(문고), 세미나실 등 이용자의 경제, 사회,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하여 충족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향후 주민의 수요 변화와 인권적 증진에 대비한 미래지향적이며 친인권적 건축물로 고려한 것이다.
안암동 복합청사는 인권영향평가를 통해 설계된 인권 청사 1호로서, 소통 및 참여권, 문화권, 건강권, 접근권, 휴식권, 환경권 등 인권이 지향하는 가치를 최대한 담아내고 준공된 후에도 모니터링을 통해 계속 보완할 계획이다.
중부대 도시행정학과 강현수 교수는 한국인권재단이 주최한 최근 인권도시포럼에서 성북구의 인권영향평가제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지자체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인권영향평가가 제대로 시행된 전례가 없을 뿐 더러, 인권영향평가에 대한 외국 사례를 소개하는 학계의 연구조차도 전무한 실정”이라며 “성북구청이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참석자들은 성북구 인권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나 서울시 인권위원회와 비교해서도 유리한 지점에 있다며 인권영향평가 확산을 주문하고, 성북구의 인권도시 추진 사업은 기존의 구정 집행 모델에서 벗어나, 시민참여형, 주민자치형을 지향하고 있으며 단순한 구호를 넘어 삶의 현장에서 인권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근거로 작동한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성북구는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인권에 관심 있는 주민 134명을 성북 주민인권선언 공동추진단 주민참여단으로 위촉하고 ‘성북 주민인권선언문’을 준비해 왔다. 지난 5월 7일은 성북구민의 날이었다. 성북구민의 날에 맞추어 성북구민이 만든 ‘성북 주민인권선언문’ 초안이 발표되었다. ‘성북 주민인권선언문’ 초안은 앞으로 주민참여단, 인권위원회, 구의회, 인권전문가 등의 의견수렴과 보완작업을 거친 후 ‘성북 주민인권선언문’을 올 12월 10일 세계 인권선언 기념일에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주민의 인권이 생활 속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제도적으로 주민의 권리가 보장 받도록 하기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권영향평가에 대한 이해와 의미’를 주제로 직원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협력’과 ‘참여’ 그리고 ‘인권’이 ‘동네’의 핵심
구청의 생각과 주민의 지혜를 하나로 모으는 경험이 한두 번 반복되면 일종의 시스템으로 안착된다. 그 다음은 시간과 노력을 덜 들이고도 몇 배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즉 누가 걷더라도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을 선택하는, 일종의 공동지성이 생기는 것이다. 성북구가 행정 전반에 ‘협력’과 ‘참여’의 시스템을 적용하는 이유이며, 그 방향이 옳은지를 가늠하는 가치가 바로 ‘인권’이다.
현재 성북구는 기존의 부서별 칸막이 행정을 넘어 “수요자와 과제 중심의 업무체계”를 구축했다. FGI(집단면접)조사와 열린토론회, 주민참여 예산제 등을 통해 주민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그것의 우선순위를 정한 후 정책의 입안, 추진, 평가까지 하는 단계까지 이른 성북구, 김구청장이 지향하는 동네 이론이 차근차근 진행 중인 모습이다.
김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