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7. 17.


귀태와 최고존엄

 

민주당 원내 대변인이던 홍모 국회의원이 귀태(鬼胎)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귀태란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태어났다는 의미로 어느 소설가가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라는 책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비난하는 말이라고 전해진다.
홍 대변인은 이 책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를 ‘귀태의 후손’이라고 칭하면서 양국 정상의 모습을 비교했고 이 말을 전해들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강력한 항의로 결국 홍의원은 대변인직을 사퇴하고 민주당 대표는 유감의 뜻을 표하면서 일단락 됐다고 한다.
사태의 앞뒤를 잘 파악하지 않아도 홍모 의원의 발언이 잘못됐음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면책특권을 가진 야당의 원내대변인이 자기가 한말을 책임지고 대변인자리를 내놓고 당 대표까지 나서서 유감을 표한 것을 보면 귀태라는 말이 얼마나 나쁜 막말인지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일성은 수령, 김정일은 국방위원장, 김정은은 제1비서인가를 맡으며 3대 세습 통치를 하고 있다. 말로는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을 표방하고 있지만 현대판 왕조 세습국가인 것은 어린아이도 아는 일이다. 그런 북한은 우리나라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을 일일이 트집 잡는다. 바로 그들의 지도자인 김정은에 대한 보도에 과민반응 하는 것이다. 그들은 김정은을 수령이라 부르지 못하고 ‘최고존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소위 그들의 최고존엄에 대한 우리나라 신문기사가 조금이라도 불리하게 나가면 온갖 막말을 하면서 개선공단도 폐쇄하고 “남조선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해대고 있다.
북한이 스스로 인민민주주의를 부정하든 김정은을 최고존엄으로 모시든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오천만 국민이 바로 최고존엄이기 때문에 그들이 김정은을 수령으로 부르든 최고존엄으로 모시든 관심 없지만 우리나라 최고 존엄들 중에 가끔 존엄의 가치가 없는 자들이 막말을 해서 스스로의 권위를 떨어뜨림은 물론 우리나라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론을 분열시켜 우리국민 즉 최고존엄들의 마음을 상하게 만드는 것에 속상할 따름이다.
그래서 귀태라는 말은 더욱 귀에 거슬린다. 이는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우리 최고존엄들이 뽑은 대통령에 대한 커다란 결례다. 물론 야당의 원내 대변인이기 때문에 현재 국정원 사태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정보부를 만든 장본인인 박정희대통령을 끄집어내어야 더 큰 정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을 수 있겠지만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부정하는 태도는 정말 너무 나간 발언으로 세계는  물론 북한 권력자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창피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귀태는 소설을 쓴 사람이 만든 말이다. 그 소설은 읽은 적도 없기만 아마 유신에 대한 반대 입장으로 박정희 대통령을 태어나지 말아야 하는 사람으로 묘사했고 그 후손인 박근혜대통령까지 욕보였다. 소설은 누구라도 쓸 수 있고 소설은 말 그대로 그저 소설일 뿐이다.
대통령을 두 분이나 배출한 민주당의 원내대변인 역시 최고존엄들이 뽑아준 국회의원이다. 그야말로 몇 안 되는 최고 존엄 중의 존엄인 것이다. 그런 중요한 자리의 존엄을 유지하려면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
비록 국회의원들이 면책특권이 있고, 정부여당을 비판해야 먹고 살고, 그러다가 더 좋은 자리에 갈 수도 있다지만 존엄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점잔키라도 했으면 세금이라도 아깝지 않으련만 저러다가 영영 야당만 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괜한 걱정도 든다. 결국은 정권을 잡겠다고 저러는 사람들이니.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