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8. 14.
중산층과 세금폭탄
최근 정부는 소득 3,450 만원부터 중산층으로 보고 과세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가 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원점으로부터 재검토를 지시하자 바로 5,000 만 원 선으로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 우리 국민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아직 과세 기준이 결정 된 것은 아니지만 세재개편을 위해 6개월 이상을 계획해서 만들었다는 작품 3,450만원부터 중산층 증세 발표가 국정원 대선개입 등으로 장외투쟁 중인 야당과 시민단체에게 호재를 주어 정부와 여당이 공격을 받자 결국 청와대가 나서서 손을 든 격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만큼 중산층에 대한 개념이 오락가락 하는 나라도 없을 듯하다. 어느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직장인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기준은 빚 없이 30평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월 급여가 5,000만 원 이상에 2,000CC 이상의 자동차를 굴리고, 1년에 한번 이상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이 중산층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정부가 청와대의 증세불가 지시가 떨어지자 중산층 기준을 500만 원 선으로 급 후퇴하는 것이 아마 이런 정황을 참고 했는지 모르진 하겠지만 이번 여름휴가에 수십만 명이 외국으로 휴가를 떠난 것을 보면 여론조사 결과가 얼추 맞는 듯해 보이기도 하다.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은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의 주장과 신념이 있고, 약자를 돕고 강자에 대응하면서 부정과 불의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중산층으로 여긴다고 한다. 참 달라도 많이 달라 보인다. 이들은 이미 오래전에 시민 혁명을 비롯한 민주주의를 경험했고 나름 선진국 국민으로서 국민성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그저 돈푼깨나 있으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이나, 직장인들을 봉으로 생각하고 세금이나 걷어가려는 우리 정부를 보면서 조금은 창피한 마음도 든다.
중산층의 사전적 의미는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문화적 수준이 중간정도 되면서 스스로 중산층 의식이 있는 사회 집단을 일컫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정부는 중산층의 개념을 하향 조정해서 “당신은 이제 중산층이니 그저 세금이나 잘 내라”고 말하고, 우리 국민은 그런 정부를 향해 “정부가 세금폭탄을 투하한다”고 저항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황당하다.
우리 국민은 세금을 낼 의무가 있다. 세금을 낸 만큼의 권리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본인이 버는 수준에 합당한 세금을 부과한다면 세금에 대해 큰 불평 없이 급여에서 조금씩 덜어내어 남을 돕는 봉사도 하고, 부정과 불의를 보면 하나같이 나서서 저항도 하며, 비록 집이 없어 전세를 살지라도 주말에는 가족과 영화도 보고 뮤지컬도 관람하고, 책이나 사회 비평지를 읽으며 자기주장을 펼치는 선진국형 중산층이 될 자격이 충분한 국민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5년간 정부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공약이행이니 복지충당금이니 하면서 수십조 원씩을 마구 써대어 세수가 부족하면 그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소위 기준도 없는 중산층이라는 개념을 써가면서 봉급쟁이들의 지갑만 열려고 해서는 좋은 정부라 할 수 없을뿐더러 국민의 수준을 깎아 내리는 처사다.
국민은 고통을 분담할 각오가 되어 있다. 그래서 세금 저항 없이 고지서 나오면 착착 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수백만 명에 달한다는 중산층이 월 몇 만원씩만 세금을 더 내주면 공약도 이행하고 복지기금도 확충해 중산층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는 정부의 속내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돈 많은 부자들에 비해 내가 내는 세금이 더 많다는 생각을 소위 중산층들이 한다면 단돈 천원 오르는 것도 아까운 것이 사실이고 지금 내고 있는 세금도 제대로 내고 있는지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선진국의 중산층처럼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국민을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상대를 신뢰하면 돈이 아깝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속는 느낌이 들면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당국자들이 하루 빨리 깨닫길 바란다. 국민 마음 속의 촛불은 항상 타고 있다는 것도 명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