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9. 11.
이석기 사건의 농담과 실언
필자는 지난주에 붓을 꺾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이른바 이석기 사태에 대한 저항의 의미였다. 다행히 여야 국회의원들이 나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어 구속 수감되는 것을 보고 다시 펜을 들었다.
소위 국록을 먹는 국회의원이란 자가(자기들 주장은 농담이라지만)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을 추종한다니 그런 자에게 국회의원배지를 달아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분하기도 해서 펜을 꺾었지만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짐하기 위해서 다시 펜을 들기고 한 것이다.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과 통진당은 야권연대를 해서 지역구 7석과 정당지지 10.3%라는 놀라운 결과로 비례대표 6석을 챙겼다. 그래서인지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제 와서 이석기 사태의 책임을 야당인 민주당에게 전가하고, 민주당은 통진당과 선 긋기에 여념이 없다.
참 웃기는 노릇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다. 우리 국민이 내용도 잘 모르는 통진당에 10% 넘게 표를 던진 것은 그들이 정치를 잘해서도 아니고, 향후 집권을 하라고 해서도 아닌 그냥 현재의 여야 정치권이 싫어서 던진 반란표에 가깝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그저 이 상황을 슬그머니 넘기려고 말장난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아무튼 우리 주변에 북한을 추종하는 보이지 않는 세력이 있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국민의 대표격인 국회에까지 이런 사람들이 진출해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물론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재판 중에도 한쪽은 날조라고 우겨댈 것이고 다른 쪽은 그 쪽과 선을 긋거나 책임공방을 하면서 올 정기국회를 넘기려들 것으로 전망되니 서민의 삶만 더욱 팍팍해질 것 같다.
이런 국회가 과연 필요할까? 라는 의문도 든다. 30년 넘게 정치권을 지켜봤지만 여야 공히 이렇게 지도력이 떨어지고 위아래가 없는 정치는 처음 본다. 이럴 때 차라리 의원직을 던지며 통탄하는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있으면 그 사람에게 나라를 맡기고 싶은 충동마저 든다.
국정원이 이석기를 3년 넘게 추적했다고 한다. 물론 증거가 불충분했겠지만 그래도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막았어야 했다. 국회의원은 상당부분의 국가기밀을 접할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그런 자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방관했으니 국정원의 책임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북한과 연루된 더 많은 의원은 없는지도 깊이 수사하고, 남북 대치상황에 고정간첩이나 자생적 공산주의자들의 동태를 살펴 국리민복에 앞장서야할 국정원장이나 그 직원들의 일탈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적을 위해 대한민국과 싸우겠다는 자들은 바로 우리와 우리 자식들에게 등 뒤에서 비수를 꽂겠다는 세력으로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말이 진심이길 바란다.
“유사시에 대비해 총기를 준비하라”고 말한 이석기의 말이 농담이라고 말한 이정희 통진당 대표의 말이 실언이기를 바란다.
이번 사태를 기회로 야당의 존재를 무시하고 일방통행하려는 새누리당에게도 엄중 경고한다. 길거리로 나간 야당 핑계나 대고 하는 일 없이 놀려면 차라리 국회를 해산하든가 의원직을 던지고 국민의 입장으로 돌아와서 참담한 현 사태를 바라보라.
사람이라면 양심이 있어야 하는데 나랏일 하는 사람들, 참 양심 없는 사람들이다. 이석기 체포동의안에 찬성하지 않은 25표를 양심의 자유라고 말하는 자가 현재 국회에 있다는 것도 딱할 따름이다.
누가 덜 미운가에 10% 넘게 투표한 우리 국민이 일차적 책임이기에 더 할 말도 없지만 누가 적인지 분간도 안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분하고 억울할 따름이다.
양심이 먼저인지 국가가 먼저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기고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