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10. 02.


나쁜 대통령

 

대한민국은 해방과 더불어 이승만 초대대통령,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 출신 대통령, 그리고 1992년에야 문민정부 시대를 맞은 아직은 미숙한 민주주의 국가다.
우리나라는 현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하고 건국을 기초한 이승만 대통령부터 국가 중흥의 박정희 대통령, 문민의 틀을 만든 김영삼 대통령, 본격적인 남북화해 시대를 연 김대중 대통령 등 10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대통령 역임자 중에는 국민 각자가 느끼기에 좋은 대통령도 있고 나쁜 대통령도 있을 것이다. 명색이 대통령까지 지낸 분들인데 분명 그 분들도 모두 각자의 소신을 가지고 그 시대에 맞는 정치 혹은 통치를 했다고 믿고 싶기 때문에 필자는 감히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느냐를 따지고 싶지 않다.
어차피 대통령은 국민의 손으로 뽑는 것이고 그 잘잘못의 책임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굳이 자기 편한 쪽으로 좋은 대통령이니 혹은 나쁜 대통령이니 하면서 편을 가를 필요가 없고, 향후 우리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이 멀고 험난할 터인데 과거 대통령의 잘잘못이나 따질 때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 시대에 들어와서야 20년 전에 판결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징금이 전액 추징되고, 바로 전임인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부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 사실 유무 등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이른바 전직 대통령 수난시대에 접어들더니 급기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물론 민주당이나 야당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은 나빠 보일 수 있다. 우선 자기들이 대통령 선거전에서 패했으니 나쁘고,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대표 3자회담에서 별로 소득이 없었으니 기분 나쁘고, 자기들 입장에서 보면 별거 아닌데 이석기나 그 추종자들을 구속하는 것에 속상하고, 대통령 선거 공약을 후퇴하는데도 국민의 60%가 박근혜대통령을 지지한다니 더욱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특정정당의 대통령이 아닌 민주당이나 야당을 포함한 전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현직 대통령이 부정한 짓을 하거나 직위를 이용해서 비리를 저지르는 등 국민 누가 봐도 나쁜 대통령이면 당연히 탄핵을 하거나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아 보여 이른바 김 대표의 “나쁜 대툥령”에 동의 하진 않는다.
민주당은 두 번이나 집권을 해본 정당이고 앞으로도 집권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을 비롯한 선거직 공직자들은 당선을 위해 여러 공약을 하기 마련이라는 것쯤은 너무 잘 알고 대통령이나 단체장 혹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자기들이 내건 공약을 다 지키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는 것도 너무 잘 알 것이다.
물론 지키지 못할 공약을 한 책임에 대해서는 국민적 이름으로 반드시 지적하고 사과를 받는 다거나 다른 방도를 마련해야하는 것 또한 야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장관으로 임명된 사람, 더군다나 국회의원을 세 번이나 하고 있는 사람이 ‘양심’이라는 이상한 말로 장관직을 던져버리고,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사람은 축첩시비로 검찰을 떠났고, 전직 국정원장의 선거개입, 감사원장의 사임 등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견디기 힘든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이용해 대통령을 흔드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이런 일들은 어쩌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집권을 해도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굴절된 현 시대의 커다란 숙제라는 점을 알아야 하며, 이 문제는 대통령과 야당이 머리를 맞대고 꼭 해결해야 하는 시대적과제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누가 어떤 공약으로 대통령이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이 서로를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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