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10. 30.


 과학이나 의학도 중요하지만 위대한 유산도 중요하다

 

 

김선진 기자

 

 

지난16일 우리나라 국보1호인 숭례문(남대문)의 단층 칠한 곳이 일부 벗겨졌다는 뉴스를

접했다. 지난 5월4일 대통령까지 참석해서 성대한 제막식을 끝낸지 5개월여 만이다.

 

정말이지 이건 나라의 수치다. 또 외국인들의 생각에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국보에 대한 생각이나 열정이 과연 있다고나 생각할까?

 

1년이 다르게 진화하는 휴대폰이나 자동차. 어지간한 암이나 질병 그리고 뒷머리카락을 이용해 머리빠진 곳에 심어서 ‘대머리’로 고민하는 분들의 희망을 갖게 해주는 과학, 의학의

소식을 접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창의력과 기술력에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기도 하지만

숭례문 소식에는 온몸에 힘이 빠진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집이나 베란다 분위기 바꿔보려고 화분의 색깔을 바꾸는 칠을 해도

최소한 2~3년간은 칠이 벗겨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숭례문을 칠한 사람은 강아지 집이나 화분에 칠을 하는 평범한 우리네 아버지

엄마보다 실력이 못하지는 분명 아닐 것이다.

 

몇 년 전 어떤 개념없는 시민으로 인해 우리나라 국보 1호가 소실되어 막대한 예산을 들어

복원에 힘을 쏟았지만 완공 후 채 5개월여 만에 칠이 벗겨졌다는 것은 분명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미술분야에 문외한인 기자의 생각에도 벗겨진 쪽에 다시 칠을 하면 얼룩이 질 것이

뻔한데 사후 처리를 어떻게 할 건지 사뭇 기대(?)된다.

 

대통령 스케줄이나 어떤 기념일에 맞추어 작업을 끝내려다 광화문 현판이 쪼개어졌던 일,

무리한 공기에 쫓겨 화재가 발생해 4명의 목숨을 앗아간 국립현대미술관 사건.

 

세상에 서둘러서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다. 특히 문화재 발굴이나 복원을 할 때는 절대로 서둘러선 안 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철저한 고증을 거쳐 작업을 해야만 우리의 후손들에게 훌륭한 유산을 물려 줄 수 있게 된다.

 

진정 아니길 바라겠지만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 날짜를 지켜야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물론 대통령 스케줄이 한 두달 전에 결정 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설령 개막식 때 대통령이 좀

못 보면 어떠랴 나중에 조용히 가서 우리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이렇게 훌륭하게 완공  되었구나 하면서 다녀가면 될 것을......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과학이나 병을 잘 고쳐주는 의학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조상이 물려준

위대한 유산도 그에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유산은 우리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몇 백 년 이상을 우리의 후손들에게 고이고이 물려주어야 한다.

 

소중한 문화재를 취급하는 일을 의뢰 할 때에는 그 사람의 실력만 볼게 아니라 열정 그리고

그것에 대한 철학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는 것도 그 일을 맡길 때 평가 기준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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