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신문

Posted on 2013. 11. 13.

아동보호법 개정해야 한다

김가영 기자

며칠 전,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으로 사회 전반이 떠들썩했다.44살에 얻은, 말 그대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늦둥이 딸 수연이(가명)에 관한 이야기다. 늦게 얻은 딸인 만큼, 부부는 딸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맞벌이를 해야 하는 사정으로 아이 돌보미를 찾게 됐다. 그러던 도중, 전직 간호사 출신에 보육교사 1급 자격증까지 가지고 있다는 한 돌보미에 관한 광고를 보았다. 광고를 보고 아이 건강 뿐 아니라 보육 면에서도 완벽해 보였을 리 만무했을 부모는 늦둥이 아이를 도우미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두 달 쯤 지난 어느 날, 아이 어머니에게는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실려왔다는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하지만 이는 단순 감기가 아닌 경막하출혈, 머릿속에 피가 상당히 많이 고여있는 상태일 뿐 아니라 뇌가 부어 그 위치까지 바뀌어 있었다. 큰 뇌수술로 살 확률이 20%밖에 되지 않는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아이의 부모는 피같은 아이를 수술실로 들여보냈고, 대수술 끝에 수연이는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앞으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알고 보니 수연이는 17개월 밖에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도우미에게 아동 학대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머리 부분에는 손, 주먹으로 때린 모양과 크기의 멍이 네 군데나 보였고, 수연이의 뇌 손상 정도는 교통사고 수준의 강한 충격을 받아야만 생길 정도의 그런 타격이었던 것이다. 결국 돌보미는 자신이 아이를 때렸다고 털어놓았고, 경찰 수사를 받고 검찰로 송치됐다. 17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머리를 주먹으로 내리친 것일까. 정말 끔찍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잊을만하면 아동학대 관련 사건이 계속 터지고 있다. 문제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21세기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듯싶은 우리나라 아동복지법의 문제점을 가장 먼저 들 수 있다. 현재의 아동복지법은 6.25전쟁 이후 전쟁고아를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처음 생겨난 법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먼, 낡은 조항들로 가득하다고 볼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권익과 부모의 관심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18대 국회에서도 아동복지법 개정안이39건이나 발의 됐지만, 그 중 겨우 한 건만 가결 됐다고 한다. 또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 개정안은 47 발의된 건안 중에서는 5건이 가결되는데 그쳤다고 한다. 대상이 투표권이 없고 판단능력이 적은 어린 아이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권리 보호는 항상 뒷전인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더 이상 수연이 사건처럼 지켜만 볼 수는 없다.
미국의 경우,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72시간 내에 아동을 무조건 보호 격리시킨다고 한다. 또한 필요한 경우 사실 관계를 떠나 용의자를 구속하고, 아동학대가 사실로 드러나면 중벌로 다스리는 것 뿐 아니라 형기를 마친 후에도 ‘아동학대범’으로 낙인찍히도록 이름과 사진을 공개해 아이들이 있는 곳에 평생 접근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명령을 내린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항상 솜방망이 처벌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출산율은 날이 갈수록 줄고 있는 형국에 아이 키우는 환경이 점점 험해지는데 누가 과연 아이를 낳아 키우려고 할까. 아동관련 법안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 아동복지법을 현실에 맞도록 제대로 개정하는 등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보다 더 체계적이고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조건이 만족되었을 때 비로소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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