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11. 20.


SAT시험 유출은 결과중심 사회분위기 탓

 

 

김가영 기자

 
미국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인 SAT 문제 유출 사건과 관련해 기출 문제를 불법으로 유통한 브로커와 이를 강의에 사용한 학원 강사 등 21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 1부는 17일 SAT 기출문제를 불법으로 유통시킨 브로커 8명, 기출문제를 강의에 사용한 학원 12곳의 어학원 운영자 및 강사 14명 등 총 22명에 대한 조사를 벌여 이 가운데 21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한명은 군검찰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이 어학원 원장과 강사 등 16명은 저작권자인 칼리지 보드(College Board)의 허락 없이 기출문제를 강의에 사용해 저작권법위반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어학원 운영자인 A씨는 지난해 3월 미국 괌에서 치러진 SAT 시험장에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 문제를 촬영했고, 같은 해 5월 한국에서 있었던 SAT 시험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시험문제를 암기해 오도록 시켰다. 브로커의 경우는 SAT기출문제를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후 이를 학원강사나 다른 브로커, 일반 수험생 등에게 총 358회에 걸쳐 2억 2000여만원의 돈을 받고 판매했다.
현재 SAT 시험은 문제 은행 방법으로 출제되기에 기출문제는 원칙적으로 공개되지 않으며, 일부 문제는 정해진 경로를 통해 구입할 수 있지만 복제 배포하거나 학원에서 강의하는 것을 불법 행위다. 일부 SAT 어학원이 기출문제로 강의를 한다는 의혹이 일자 검찰이 서울 강남에 있는 SAT 어학원 14개 등 총 44군데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인 결과 이와 같이 무더기로 불법혐의 유통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SAT 시험은 전 세계적으로 1년에 6번(미국의 경우 7번) 실시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7월 시험 문제 유출 의혹으로 4회로 줄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또한번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어학원 운영자 혹은 브로커들은 개인 혹은 단체의 상업적 목적을 위해 불법으로 기출문제를 유통시켰다. “학생들을 위해서다”라는 명목 하에 이런 불법적 행위가 판을 치고 있지만, 과연 학생들이 그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이득만을 볼 지는 의문이다. 물론 기출문제로 인해 도움을 받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불법 행위로 인해 이렇게 시험이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순수하게 열심히 공부를 한 학생들에게로 돌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러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불법 유통은 사라져야 한다.
물론 이들의 도덕적 면모도 중요하지만, 우리사회에 만연해있는 ‘결과중심주의’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 해 볼 때인 듯하다. 항상 과정보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그런 태도가 만연해 있기에 어찌보면 이번 사건 또한 그 산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시험지를 불법으로 유통하더라도 우선 ‘결과’만 좋으면 됐지 하는 결과중심적인 태도를 한 번쯤은 되짚어 봐야 한다. 이런 생각이 뿌리깊이 박혀 있다면, 아무리 경찰이 단속한다고 한 들 여태까지도 그래 왔듯 비슷한 사건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물론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지만 결과가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결과 뿐 아니라 결과로 가는 수단과 방법 그리고 과정 또한 중시돼야 한다.
이번 SAT시험지 유출 사건으로 우리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한번 되돌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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