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12. 04.
국회 해산 vs 대통령 사퇴
지난 3일자 중앙일보에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쓴 ‘불길한 망국 예감’을 읽고 많은 것에 공감했다. 칼럼에서 송교수는 “오늘날 한국의 상황은 구한말 망국 때와 정확히 일치한다.”며 한국을 두고 벌어지는 극동정세와 내부 분열을 정확히 짚어냈다.
송교수는 일본과 중국의 마찰에서 시작한 방공식별구역이 우리나라를 옥죄고 있는데도 ‘요새정치’와 ‘돌격정치’만 일삼는 정치권을 꾸짖으며, “망국을 부르는 전면전에 나서기 전에 한번 자녀들의 얼굴을 보라”며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지금 이 나라는 종교계 일부가 대통령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으며, 총리를 지낸 분은 국회 해산을 말하고 있다. 삼권분립이 되어있다고는 하나 대통령중심제에서 여당의 역할이 청와대의 종속변수가 되어있고, 야당은 녹음기 틀어 놓은 것처럼 같은 말만 되풀이 하니 입법부 기능은 마비되어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종교계 일부가 대통령의 사퇴를 주장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했으니 당선된 사람이 책임을 지라는 말은 종교인이든 학자든 얼마든지 자유롭게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사퇴를 하라고 해서 대통령이 사퇴할 일도 없을 것이고, 국회를 해산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국회를 멋대로 해산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왜! 사람들은 되지도 않을 일을 가지고 국론을 분열시킬까? 지식인입네 종교인입네 하면서 그들의 존재감을 나타내려고 하는 걸까?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이 군비증강과 영토분쟁에 열을 올리는데 이 나라에서 영향력깨나 있다는 사람들이 대통령 하야나 국회 해산을 말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 의문이다.
아무리 권력이 좋기로서니 상대의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거나, 오직상대를 흠집 내어 다음 선거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전략만이 난무해 국민의 삶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에 사방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겠지만, 이런 X판에 대선을 다시 치르거나 총선을 다시 치르면 나라꼴은 그야말로 송교수가 말하는 ‘망국’으로 치닫는 다는 것을 간과한 망언들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데 우리 국민은 이제 선거라면 지겹다. 나라의 명운을 정하는 일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것을 보고 화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현재의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한 행위가 댓글 정도라면 큰 덕을 본 것도 없고 이는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한다면 더 할 말도 없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은 가져야 한다. 그 미안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기도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하지 않도록 서로 협의해 방지책을 만들면 될 것 같은데 그게 그리 어려운지 참으로 이해가 안가는 정치를 하고 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그럴수록 다음 정권창출을 위해 국민에게 다가가야지 이런 식이면 국민에게서 점점 멀어져간다. 나랏일 하는 국회의원이라면 적어도 민생관련 법안도 처리하는 등 기본은 해가면서 투쟁도 해야지 오직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혀 정치를 못하게 하는 전략은 결국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는 것을 놓치고 있다.
국민은 이제 다 안다. 알면서도 침묵할 뿐이다. 어느 사람은 국회해산에 동의하고 다른 사람은 대통령사퇴에 동조하기도 한다. 그래봐야 반반이다. 어느 한쪽이 압도적이지 않은 판에는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고 서로 피만 흘리며 같이 죽어간다.
적어도 정치하면서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이라면 망국을 얘기하는 사람의 말을 절대 그냥 흘리지 말라. 당신들 시대에는 절대 망할 일 없다고 너무 큰소리치지도 말라. 그리고 가끔은 자기 스스로를 한번 평가해보라. 지금 자기 자신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