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4. 01. 08.
소통(疏通)이란 무엇인가
박근혜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통령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회견이고 소위 소통부재를 깔끔히 씻어버릴지 여부가 관심을 가진 가운데 열린 자리여서 그런지 국내외 언론의 초미의 관심 속에 기자회견이 이뤄졌다.
박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주로 2/3를 경제에 초점을 맞췄다. 3개년을 목표로 4% 잠재성장률, 70% 고용률, 국민소득 4만불 달성 등 소위 474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외에 통일을 이루면 ‘대박\',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 공기업 방만·편법경영 문제 등 국정 전반에 대해 올해의 구상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한쪽에서는 여전히“소통부족”이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소통강화의 계기”라며 상반된 주장을 한다. 여야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야 뻔한 얘기니 그렇다 치고 지금 이 나라에서 진짜 ‘소통’이란 과연 무엇일까를 한번 생각해본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중앙집권적인 권력을 지방에 분산해 민주주의 발전과 지역 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1995년 광역 및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가 시작되었다. 이는 임명직에서 오는 일방통행을 막고 주민 편에 서서 주민들과의 소통을 전제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과연 지방자치의 현주소는 어떤가? 물론 선출직이니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 등 광역단체장 등을 만나기는 훨씬 수월해졌고, 기초단체장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등 접촉의 기회는 늘었다지만 그저 만나기나 하는 것이 곧 소통은 아니라는 것이다.
격렬한 선거를 치른 단체장들에게 주어진 인사권이 전횡되다보니 공무원들의 사기는 떨어졌고, 실제 대민접촉이 많고 주민과 소통해야하는 일반직 공직자들은 진심이 담긴 소통보다는 건성의 소통이 많아졌다. 이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보다는 줄서기 하는 사람이 진급이 빠르고 요직에 기용되는 현실에서 공직자의 봉사정신은 실종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직장에 다니는 월급쟁이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정치인들은 선거에 의해 대통령도 되고 단체장도 되지만 일반직들은 개인의 능력보다는 인사권자들의 손에 의해 부서배치나 진급이 결정된다. 따라서 소통은 높은 직위의 정치인들끼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선출직 공직자와 일반직 공직자들의 소통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백 혹은 수천명이 근무하는 기초단체만 보더라도 단체장과 직원이 한마음이 되어야 함에도 인사문제로 항상 뒤숭숭하니 소통은 애초부터 틀린 일이다.
물론 대통령이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는 문제지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대통령도 그러는데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 며 항변하면 사실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먼저 인사문제부터 공정성이 확보되면 경제는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국민 우선이고, 사람 중심이라는 말을 떠벌린다. 일반직 공직자도 국민이고 사람일진데 자기를 떠받치는 수많은 공직자들은 오로지 자기 선거에 도움을 주는 도우미 정도로 알거나, 공직자는 단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정책을 개발해 연말에 큰 상이나 단체장에게 안겨주면 된다는 식이면 소통이라는 것은 그저 용어에 불과한 것이지 마음과 마음이 통하기에는 어림도 없다.
따라서 대통령을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는 공정해야 한다. 인사에 공정하고, 자신들이 써대는 국민혈세, 즉 예산이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것은 어렵다. 중간에 언론이나 일반직 공직자들이 정치인들을 대신하는 것을 소통이라 한다. 정치인들이 말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소통을 원한다면 자기와 함께 일하는 공직자들과 먼저 진심으로 소통하고 공정해보라. 그들이 자기 지도자가 진심인 것을 확인하면 저절로 국민에게 다가가게 되어 있고, 거창한 말보다는 그것이 바로 국민행복시대를 앞당기는 올바른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