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4. 01. 22.


대선공약과 아전인수(我田引水)

 

 

 

지난 2012년 치러진 지난 18대 대선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새누리당의 후보로,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의 후보였으며, 안철수 후보는 무소속 후보였다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며 후보를 사퇴하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으나 결과는 박근혜 후보가 약 108만 표차로 이겼다.


모든 선거에는 선거공약이 있다. 대통령 선거 같은 큰 선거는 사실 공약을 보고 찍는다기보다는 그 시대의 흐름으로 가는 경향이 있지만 유력정당의 후보들은 상대당의 공약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 혹은 한 표라도 긁어모으기 위해 다양한 선거공약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한다.


공약 때문인지 시대의 흐름 때문인지 모르지만 선거는 박근혜 후보가 이겨 제18대 대통령이 되었지만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박대통령은 대선공약인 기초노령연금을 대폭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을 실망시켰다. 정부를 책임지겠다는 사람과 유력정당이 그런 것 하나 예측하지 못하고 마구 공약을 했다는 것이 눈에 거슬리지만 노인인구가 많은데 그 많은 노인들에게 돈을 나눠주면 나라의 곳간이 망가질 염려 때문이라는 말에 속은 줄 알면서도 은근슬쩍 넘어가 주었다.


올해 6월 4일은 지방자치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공히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기초의원은 정당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기초단체장 공천에 돈이 오가고, 기초의원들이 국회의원들의 선거사무장이나 선거운동원쯤으로 전락한 기처자치단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무(無)공천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선거가 4개월여 남은 현재 여당인 새누리당은 “박근혜대통령은 새누리당 당원의 한사람뿐”이라느니, 오픈프라이머리를 시행해서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법 제시, 기초단체 파산제도니 등등을 언급하면서 어물쩍 무공천 공약을 없었던 일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국민에게 공약한 내용인데도 지난해 당원투표까지 거쳐  기초선거 정당공천 배제를 확정해놓고 있으니 새누리당에 비해 한결 마음이 가벼워 보이지만 그 속내는 새누리당이 강력히 반대하면 어물쩍 넘어가려는 눈치도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은 안철수라는 예상 밖의 암초를 만났다. 안철수는 사실 개인이 아니다. 그는 이미 우리 국민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그가 주장하듯 그는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면서 2011년 서울시장후보를 박원순씨에게 양보했고, 2012년에는 대통령 후보도 문재인 의원에게 양보했다. 국민의 사랑을 믿고 이래라 저래라 한 것이다.

안철수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슬슬 정당을 창당하려고 하는 안철수 측과 민주당이 서서히 부딪히기 시작한 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측은 이미 두 번을 양보했으니 이제 자기에게 양보하라며 은근히 박원순 서울시장과 민주당 측에 압력을 넣고 있는 형국이다.

 
참으로 웃기는 얘기다. 나라에 별로 한일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서울시장도 시켜주고, 대통령 후보도 양보하면서  ‘이건 내 것이고 저건 네 몫’이라며 가당찮은 새정치 운운하는 꼴이 코미디를 능가해 보이기까지 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그리고 안철수 의원 모두 참으로 아전인수도 유분수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은 일개 당원에 불과하니 그가 한 공약은 별거 아니라는 인식을 하고 있고, 민주당은 안철수 측과 나뉘면 야당분열로 지방선거에 참패한다는 생각으로 그 책임을 안철수 측이 져야한다며 압박하고, 안철수 측은 같이 망하지 않으려면 민주당이 자기들에게 일정지분을 양보하라는 주장을 펴는 꼴이 가관이다.

입만 열면 국민국민하며 아전인수 일삼는 정치인들에게 정말 지친다. 다 집어치우고 차라리 박대통령과 문재인 의원이 답하라. 대선공약은 일단 당선되면 무효라고 직접 말하라. 그리고 안철수의원은 나눠먹기나 생각하지 말고 국민에게 진 빚을 어떻게 갚을 것인지 밝히라. 그럴 용기들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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