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4. 02. 19.


대한민국의 겨울

 

 

 

대한민국의 2014년 겨울, 참 춥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일이 겹쳐 마음을 아프게 한다.


대한민국 정부나 국회가 그리 공정하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았지만, 어느 분야보다 공정하고 깨끗해야한 체육계 그것도 국가를 대표하는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선발에 파벌이 있었고 심지어 승부조작이 있었다고 전해지니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세계인들의 모습과는 달리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볼라치면 조마조마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쇼트트랙의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로 귀화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선수층이 두꺼운 우리나라보다는 나이가 들어도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는 러시아에서 운동하는 편도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니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안선수가 금메달과 동메달을 휩쓸자 안 선수가 러시아로 조국을 옮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속속 드러나면서 우리나라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빙상연맹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어디 쇼트트랙 뿐 이겠는가? 혹시 태권도 선수가 국적을 바꿔 금메달을 석권한다면 태권도계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일이고, 실력보다는 줄을 잘서야 하고, 파벌이나 어느 학교 출신이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는 것이 존재하는 한 우리주변에 제2의 안현수는 도처에 깔려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만약 안현수 선수가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면 모든 진실이 묻혔을 것이다. 아마 안 선수도 그래서 더욱 훈련에 매진했고 실전에서 세차게 달렸을 것이다.
시상식장에서 안 선수가 그냥 메달을 받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 국가를 따라 부르는 것을 보고 그의 한(恨)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 알 수 있기도 했지만 전 세계인이 보는 앞에서 분명 한국 사람인데 러시아 국가를 부르는 모습에 이런 지경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고 남은 경기를 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심적인 부담을 주는 안 선수가 그리 곱게 보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어떤 정치인은 이 모두가 정치인들의 잘못에서 파생됐다며 한탄하는 모습도 보였고, 대통령까지 나서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라고 하는 것을 보니 대통령도 안선수가 러시아 국가를 불러대는 것을 보고 속이 그리 편치 않았나 보다.

다 나라 곳곳이 공정하지 않은 탓이다. 정부나 지자체 모두 인사(人事)가 공정하지 못하고 예산편성이 특정인이나 특정세력들의 입맛대로니 스포츠 계라고 온전하겠는가.
이제 2018년에는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따라서 눈도 필요한 만큼 와 주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강원도 권에는 눈이 와도 너무 많이 온다.
이 나라가 분명히 세계 10위권의 나라인데 7주일째 고립된 곳이 있어도 손을 못 쓸 정도라니 눈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가늠이 간다.
이런 차에 여수와 부산에서는 기름 유출에, 경주에서는 입학수련회를 간 대학생들의 숙소가 내려앉아 10여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그야말로 총체적 부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곧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인 것이 다 이 사람들 때문인 것 같은데 반성은커녕 상대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꼴들이 반복될 것으로 보이니 이 한심한 노릇을 어찌할까.

겨울이 춥고 눈이 많이 내리면 올해 풍년이 든다는데 그거라도 기대해 본다. 안 선수처럼 조국을 등질 수도 없고 옛말이나 믿고 그저 세월이나 보내야 하는 신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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