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4. 07. 09.
유승희(성북 갑)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에게 듣는다
“성북구 시청자미디어센터 건립을 위해 25억 확보한 것이 큰 보람”
유승희 국회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수요일 유승희의원 지역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매주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수요모임이 열리는 날이다. 사무실은 주민들로 북적거렸고 유 의원은 활기찼다.
19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회 원 구성이 마무리 된 결과, 유 의원은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의 상임위원장에 선출됐다. 상임위원장은 국회법이 규정한 절차적이고 의례적인 역할 보다 실제 권한이 큰 자리이다. 소관 정부기관의 사업을 위해 필요한 법 개정에 있어 중요한 회의를 열리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해서, 상임위원장의 지역구 사업은 특별 배려되기도 한다. 흔히 ‘공공연한 비밀’이란 이럴 때 쓸 수 있겠다.
유 의원은 또한 전반기에 간사를 맡았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의 위원으로서도 계속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유 의원의 상임위원회는 공교롭게도 모두 새로운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맡는다. 대통령은 ‘신상털기식’ 여론 몰이와 ‘높아진 검증기준’을 내세워 인사청문회 제도를 재고해 주기를 국회에 요청했다. 이에 대한 유 의원의 대답은 이렇다.
“청문회는 국민이 하는 거다. 그러므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하는 거다. 아무나 데려다 장관 시킬 순 없지 않나? 국민을 위해 예산을 쓰는 자리인 만큼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겸비한 자가 해야 한다. 청문회 제도 자체를 흔드는 건 쿠데타적 발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따라서 철저하게 검증하고 이를 방해하는 의원이 있으면 바로 그들을 국민들이 질타해야 한다. 왜 야당이 잘하지 못하느냐고 질타해야지, 왜 싸우느냐는 식으로 매도하는 건 잘못이다. 정부를 견제하는 건 야당의 책무다.”
- 후반기 여가위에서 다룰 현안이나 쟁점 사항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현안 과제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청소년 안전과 인권 등을 점검해야 할 부분이 있다. 지금도 많은 법안들이 발의돼 있는데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다. 아이돌봄, 교육, 여성인권 관련 문제들이 다 현안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여가위에서 다뤄야 할 과제들이다.
성평등 과제도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성평등 사회지수는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여성의 정치와 사회진출 척도라 할 수 있는 GEM(Gender Empowerment Measure 성권한지수)이 상당히 떨어진다.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체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장차관, 국회의원, 단체장 같은 지위에 오르는 여성 숫자가 지나치게 낮다. 차별 여부, 상황 등을 부처별로 점검해 나갈 것이다.
그 외에 여전히 여성들의 인권문제도 심각한 편이라 들여다봐야 한다. 학교나 제도권 밖의 청소년 등을 위해 여가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한다.
- 전반기에 쟁점 중 하나였던 인터넷게임중독(예방과 중독치유 지원)법안 들에 대한 견해는?
이는 여가위와 미방위 모두 관련된 문제이기도 한데, 이미 반대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게임중독법 같은 경우, 법으로 무조건 막는다고 되는 건 아니다. 4대 범죄에 넣는 등 죄악시해서는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입시경쟁의 문제다. 이걸 중심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치열한 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꿔나가느냐와 관계된 것이다. 일반고는 황폐화돼 있다. 일반고를 어떻게 살리느냐와 밀접히 관계돼 있는 문제다.
- 김희정 장관 후보자와 충돌할 수도 있는 문제 같다. 김 후보자는 지금 시행되고 있는 이른바 ‘셧다운제’의 근간이 된 법률안(정보통신서비스 중독의 예방과 해소에 관한 법률안, 2006)을 발의한 적도 있다. 청소년의 심야시간대(0시~6시)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한 ‘온라인게임 셧다운제’는 적용되고 있지만 ‘모바일게임 셧다운제’는 내년 5월까지 적용 유예된 상태다.
대립되는 건 아닌데, 셧다운제는 반대한다. 그것 때문에 청소년들이 여가부를 혐오하기까지 한다. 근대적인 방식으로 훈육하려고 하느냐로 받아들인다.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적용은 미방위와도 관련이 있는데,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세계적으로 초고속 성장을 한데다 성장동력을 지닌 중요한 산업이기도 하다. 예민한 문제다. 청소년을 위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규제나 훈육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학부모들도 많다. (학부모들로서는) 워낙 속수무책이니까. 그런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야 한다. 어떤 제도를 만들 때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제도와 정책으로 인해서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여가부가 청소년들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한다는 이미지를 갖는 게 중요하다.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 후반기 미방위의 현안과 쟁점 사안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전반기, 힘들었다. 현 정부가 방송과 언론의 자유, 독립성, 공정성, 공영성 등을 보장하는 방향이 아닌 쪽으로 가고 있다. 권력을 잡으면 방송과 언론을 장악하려는 것이 권력의 생리다. 이걸 국회에서 제도와 법을 통해서 막아야 한다.
현안으로는, KBS와 MBC 문제가 있다. KBS 이사회와 MBC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구성이 방송독립성과 공정·공영성 보장 방식으로 구성돼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 추천인사가 다수를 이루고, 의결이 과반수에 의해 결정되는 식의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특별다수제 도입이다. 사장선임이라든지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는 과반수 찬성이 아니라 3분의 2, 4분의 3의 결정으로 하자는 거다. 그러면 지금과 같은 이사회 구조에서도 방송의 중립성, 공영성을 보장할 수 있다. NHK(일본), BBC(영국), ZDF(독일) 같은 공영방송은 이미 특별다수제를 도입하고 있다. 반대하는 쪽에서 의사결정에 시간이 많이 지체돼 업무에 공백이 생기네 마네 하지만, 기우에 불과하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편향되지 않는 사람을 뽑으면 된다. 김재철이나 길환영 사장처럼 권력이 언론에 개입하는 상황을 막아내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이 사장이 되는 걸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 소관기관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있다. 지금의 심의위원회의 역할은 어떻게 보는가?
편파적인,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중요한 사안을 놓고 심의라든지 제제조치를 취해야 할 때는 교차승인제를 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걸 떠나서 심의위원회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방송심의위원회가 필요하냐는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충돌되는 지점을 잘 봐야 한다. 명예훼손죄나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고소, 고발하고, 구속영장 남발하고, 형사조치를 취하는 상황이다. 선진국 중, 특히 명예훼손에 관해 형사적인 범죄로 취급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이건 우리나라에 아직도 남아있는 군사독재 잔재라 할 수 있다. 허위사실 여부는 국민들의 상식을 통해 가려질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고소당한 사람에게 허위사실 입증 책임까지 지우는 건 불합리하다. 명예훼손을 형사범죄화 하여 처벌하는 것이 아닌 민사 영역으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
대정부 질문을 통해서, 최소한 명예훼손 부분에서는 비형사법안이 필요하지만, 당장 힘들다면, 형사처벌 수위를 대폭 낮춰서 구속이나 징역이 아니라 벌금형으로 낮춰야 한다는 질의를 했다. 아주 부정적이지는 않은 답변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표현의 자유가 완전자유국에서 부분자유국으로 강등 됐고, UN의 보고관이 표현의 자유 훼손 상황에 대해 조치를 취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가장 큰 허위사실은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 아닌가? 이것에 대해서는 어떤 제제도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비판적인 말이나 보도를 허위사실 유포로 제제 하는 식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입을 막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엉뚱한 행위들을 국회가 막아야 한다.
지역구 현안에 대해서는 크게 교육문제와 ‘성북구 시청자미디어센터’ 얘기를 언급했다.
“지역구 현안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편이라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성북구는 유서 깊은 역사와 북악산을 끼고 있어 좋은 환경을 지닌 지역이다. 무분별한 재개발을 막고, 이왕에 만들어진 대단위 아파트 지역은 살기 좋은 여건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보육과 교육. 중고등학교도 부족하고, 사립학교가 많은 편이라 국가의 지원이 취약한 편이다. 서울시 교육청 차원에서 지원을 끌어와야 하고, 일반계 고등학교를 살리는 게 중요한 과제다. 아이들을 마음 놓고 학교에 보내고 교육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유 의원은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신경 쓰는 문제가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는 주지 않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예산을 받아왔다. 주로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방에 주는 성격의 예산이었다. 애초에 ‘성북구 시청자미디어센터’ 건립을 위해 25억을 확보했다. 미방위 간사로서 방통위원장을 설득하고 해외사례들을 연구하는 등 2년 여 치밀하게 공을 들여 겨우 따낸 예산이다.
강북과 강남의 문화적 차이를 설득했다. 성북, 강북, 노원은 문화시설이 너무 없지 않느냐, 청소년과 주민들을 위한 주민친화적인 예산이라고 강력히 설득했다. 지난 해 말 예산 통과 마지막 날에 밤새도록 여기저기 설득하고 싸우기도 하고 해서 정말이지 겨우겨우 확보한 예산이다.
이 예산은 길음동 뉴타운에 세워질 ‘복합문화미디어센터(가칭)’ 사업의 주춧돌이 될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의 공약 사업이기도 하다. 그곳에 ‘시청자 미디어센터’가 들어간다.
선거가 있어서 늦어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요즘 노심초사하고 있다. 불용 처리 되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 8월말까지는 서울시 차원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 서울시와 성북구청에게 시급하게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미디어센터’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문화교육체험 현장으로 정착돼 있다. 미디어 환경을 직접 체험하고, 직접 제작도 함으로써 미디어를 통한 창조와 표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유 의원은 ‘공약과 작은 민원이라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고 밝혔다. 유 의원의 말에는 국민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법과 제도를 만드는 국회의원이라는 긍지도 대단했다. 거리낌 없이 솔직했고, 잘못된 것에 대해 가차 없었다. 거침없고 강했다. 유 의원은 지금 너무 ‘젠틀한’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국회 헌정대상 우수의원상 1위(전체 3위)를 수상한 국회의원이다.
박향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