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4. 10. 21.
시사프리신문 창간8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 김성환 노원구청장
“복지국가 시대에 맞는 재원배분구조로 지방예산 변경해야 한다”
김성환 노원구청장과는 두 번째 인터뷰를 갖는다. 지난 인터뷰는 민선 5기, 임기 1년 5개월 여를 보낸 2011년 11월에 있었다. 인터뷰 당시 김 구청장은 임기 내 자살률을 절반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이자 가장 완수하고 싶은 일로 꼽았다. 자살예방조례를 제정하고 민관협력시스템을 촘촘히 조직, 가동하며 집중 관리함으로써, 이 사업은 노원구를 넘어서 타 지자체와 중앙 정부가 주목하는 대표적인 생명존중 사업으로 자리하게 됐다.
노원구는 여전히 도심 배후에 있는 배드타운으로서 재정자립도는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낮다. 구 자체가 쓸 수 있는 예산이 채 100억이 되지 않는 상황도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나아지진 않았다.
노원구 거리를 지나다 볼 수 있는 현수막의 문구는 이렇다. “사람이 우선입니다 : 생명은 우주만큼 소중합니다.” 김 구청장의 마을공동체복원 캠페인 시즌 4에 해당하는 주제다.
노원 주민들은 김 구청장을 재신임했고, 민선 6기는 노원 100년을 좌우하는 청사진을 그리는데 맞춰져 있는 한편으로 기후환경변화에 대처하며 지속가능한 복지공동체를 만드는데 눈높이가 맞춰져 있었다. 현실이 자꾸 퇴행하는 듯해 보일수록 지향해야 할 미래를 북극성 삼아 바라보고 나아갈 밖에 다른 도리는 없다.
- 2011년 11월에 발견된 방사성 도로 폐기물이 지난 7월에야 경주 방폐장으로 이송됐다. 이렇게 늦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세슘137이라고 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물질에 관한 법이 굉장히 엄격하다. 기준치를 약간 오버한 상태에서 함부로 다룰 수 없게 돼 있다. 저준위폐기물에 해당된 상태여서 경주 방폐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당시 경주 방폐장이 완공되지 않았다. 경주 방폐장 근처의 임시 보관 장소로 보내려 했는데 경주 주민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늦어졌다.
최근에 일본의 각종 폐기물을 사전 검역 없이 과도하게 수입하고 있고 방사능물질이 포함된 것들도 섞여 있는 게 확인됐다. 그런 게 다시 방사능 아스팔트 형태로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너무 안전문제에 무감각한 게 아닌가. 일본에서는 아주 엄격하게 다루는 것을 한국에서는 형식적인 검역을 통해서 사실상 무방비로 수입하고 있는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
- 관련하여 도로폐기물과 방사성폐기물 선별작업에 든 비용 대집행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재판은 여전히 다툼이 있다고 본다. 방사능물질을 추출한 이후 이송과 보관은 국가 책임이다, 고 보는데 방사능 물질에 대한 처리 보관 운송 등이 포괄적으로 국가 책임이라면 방사능 아스팔트에서 방사능 물질을 추출하는 것 역시 국가가 배상하는 게 맞다, 고 본다. 당시 이 주체가 누구냐가 명확하지 않았다. 지금 고법에서 다투고 있는데 법 상식으로는 저희가 이긴다고 본다.”
- 재정자립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데다 여전히 서울시 자치구중 최하위다. 최근 ‘국가의 재원배분구조를 재구조화 할 때’라는 발언이라든지 ‘사회복지정책을 집행하는 시군구의 현실과 과제’ 같은 지자체 재정과 관련해 발언해왔다. 어떤 내용인가?
“현재의 지방 재원분배 구조는 소위 개발시대에 짜놓은 구조이다. 최근에 복지국가 초입단계까지 전진하면서 무상급식, 무상교육, 기초연금 등 복지 관련 예산은 폭증하고 있는데 이게 매칭방식으로 돼 있어서 지방의 부담이 굉장히 커지고 있다.
단순히 지방 예산을 조금 더 나눠준다는 문제가 아니다. 차제에 복지국가 시대에 맞는 재원배분구조로의 변경이 불가피하다. 국민 전체가 누리는 편익이나 복지 같은 경우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게 사리에 맞다. 지금과 같은 매칭방식은 이제 근본적으로 변할 때가 됐다.
자치구들이 공동으로 행동하고 있고 최근 시군구청장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안을 하고 있다. 국가의 재원분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현 정부 하에서는 임시 처방 정도가 될 것 같고 대선 때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되면서 다음 정부에서 근본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창동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 이전 등으로 이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9년까지는 서울시와의 협의를 거쳐 청사진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진행되는 것인가? 서울시와 노원구의 이익이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전략이나 협의수준은 어떤가?
“현재 계획대로라면 2019년에는 완전 이전을 하는 거다. 내년이면 (이전) 착공을 한다. 차량기지 그 자체로 약 18만㎡(약 5만 5천 평) 정도 되는데, 이전 이후에 그 공간을 어떤 좋은 일자리 단지로 만드느냐, 라는 청사진을 만드는 게 중요하고 그 청사진을 이전과 동시에 현실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과제이다.
도봉면허 시험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우선 과제이다. 지금은 어디로 옮길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면허시험장을 포함한 차량기지를 어떤 콘텐츠로 채울 것이냐는 다음 단계이다.
서울시가 지금 타당성 검토 용역을 하고 있고 구 차원에서도 가칭 ‘노원발전위원회’를 조만간 만들어서 의견수렴을 하고 서울시와 협의해서 개발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이 부지 개발과 관련해서 서울시장이나 나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유사하기 때문에 큰 충돌이 있을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지금은 구상단계다. 일자리의 맹아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매우 불리한 조건이다. 역으로 이야기하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무엇이든 할 수 있기도 하다. 우리가 갖고 있는 유일한 자본은 이 인근에 좋은 대학이 많이 있다는 것과 그 좋은 대학에 소위 R&D 역량이 꽤 집적돼 있다는 것이다. 그 자원을 좋은 일자리와 연계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예를 들면 고대 의대나 경희대 의대 등과 연관된 바이오산업이 하나의 일자리 테마가 될 수 있고, 그 외의 것도 지금 현재로서는 열려 있다.
삽을 뜨는 것은 민선 7기의 과제이겠지만 거기에 어떤 산업, 어떤 콘텐츠를 유치할거냐, 같은 청사진을 그리는 것은 민선 6기에 대부분 완성될 것이라고 본다. 민선 6기의 과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노원의 100년 미래를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해서 서울시와 협의해서 청사진을 만들겠다.”
- 새로운 공동체 모델을 찾는다든지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도 지대한 것으로 안다. 구청 건물에도 발전시설을 갖출 만큼 특히 태양광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인데 효과는 어떤가?
“이제 시작이라 아직까지 미미한 상황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인류의 문제이다. 2020년까지 노원구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대략 20% 정도 줄이는 게 목표이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고 현재까지는 단계별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 차원에서 베란다형 태양광발전을 포함해 더 많은 곳에 태양광 재생에너지 발전을 구축해나갈 예정이다.
‘에너지 제로 하우스 프로젝트’는 국토부 국책사업으로 240억 R&D 예산을 지원받는 사업이다. 화석연료의 2/3를 건물에서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인데, 건물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세계적인 주거단지 모델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한민국 건축사에 한 획을 긋는 굉장히 의미 있는 주택단지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올 11월에 착공하고 2016년이면 완공해서 입주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실제 거주하면서 체험하게 되고 에너지 제로 주택이 어떤 모형인지를 전 국민이 알게 될 것이다.”
- 태양광발전을 비롯해 대체에너지 개발과 관련해서 우리나라 상황이 썩 좋은 건 아니다. 삶에서 체감하기 보다는 캠페인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게 현실 아닌가? 예를 들어 노원 상원초교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비한 조합형태의 발전소(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도 최근 발전차액지원제도(FIT) 폐지 등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구상하는 일들이 정착될 가능성은?
“캠페인은 실천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 예를 들면 에너지 컨설팅 추진단 활동이 있다. 직접 테스트기를 가져가서 대기전력을 찾아낸다. 집에서 새고 있는 에너지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주고 주민 스스로 자기 집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화석연료를 절약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캠페인뿐만 아니라 실천으로 실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 편중이 과도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녹색성장을 주장해서 태양광 등과 관련한 재생에너지 분야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정작 태양광발전의 핵심인 발전차액지원제를 폐지하고 의무할당제로 바꾸는 바람에 대기업발전사들 이외 중소발전이나 일반 주민들의 태양광발전 설치의 이윤율이 굉장히 낮아졌다. 대통령 선언을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이 쪽박을 찼다. 지금도 그것 때문에 더 많은 곳에서 태양광발전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양광발전에 투자해서 본전을 뽑는 회수기간이 너무 길어져버렸다. 투자가 많이 줄었다. 아이러니하다. 대한민국 정부와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석유업계, 원자력업계에서 인류의 미래를 담보로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다.”
- ‘공존의 시대’를 준비하는 구청장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국가는 복지국가체질로 바뀌어야 하고, 마을단위에서는 공존의 시대를 살기 위해 새로운 생활방식을 교육하고, 참여하고, 실천하여 주민의 생활을 점진적으로 바꿔야 한다’, 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역사를 길게, 아주 큰 시야로 보면, 인간이 자연과 공존했던 신석기 시대이전, 신석기 이후부터는 인간이 자연을 정복해왔던 시기이고, 산업혁명과 함께 화석연료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면서 지구 전체의 위기가 왔다. 다시 구석기 시대로 돌아갈 수 없지만 기후적으로 보면 다시 인간과 지구가 공존하지 않으면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여섯 번째 멸종이 올수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그렇게 예측하고 있다.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거다. 신자유시대 이후 시대를 공존의 시대라고 생각하고 있다. 핵심은 지구의 유한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신자유시대는 지구의 유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한하다는 전제로 사회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고 그 안에서 인간과 인간이 공존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시대를 국가는 국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준비해야만 다음 세대에게 죄를 짓지 않는 것이다.”
박향자 기자